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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쟁기업 자극”거절…엘지 신중 검토
위성 DMB업체도 사업모델·기술 역수입해가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엔티티(NTT)도코모가 최근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에 유럽형 3세대(3G) 이동통신 방식인 더블유시디엠에이(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단말기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끝에 삼성전자는 거절 의사를 밝혔고, 엘지전자는 신중히 검토 중이다. 최근 들어 통신 분야에서 일본 업체들이 한국 업체에 손을 내미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 방식을 일본으로 들여가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 달라는 일본, 안준다는 삼성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휴대폰 업체들이 한국에 본격 진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이 먼저 들어가면 일본 업체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우려가 있어 휴대폰 공급이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반면 엘지전자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이 까다롭고, 요구하는 단말기 사양도 높아 공급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본 2위 이동통신업체인 케이디디아이(KDDI)로부터도 시디엠에이(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단말기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케이디디아이에 8억달러(약 8천억원) 규모의 3세대 시디엠에이 이동전화 통신시스템을 수출했다. 일본의 위성디엠비(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업체인 엠비시오(MBCo)도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에 위성디엠비폰 공급을 요청한 상태이다. 두 회사는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 한국 기술·방식을 역수입한 일본 =엠비시오는 한국 위성디엠비업체인 티유(TU)미디어가 채택한 한국기술과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위성디엠비는 티유미디어와 엠비시오가 지난해 3월 쏘아올린 통신위성(우리쪽 이름 ‘한별’)을 이용해 서비스하는 방송이다. 서영길 티유미디어 사장은 “위성디지털방송 제안은 일본이 먼저 했는데, 한국에서 더 참신한 사업모델과 기술을 만들자 엠비시오가 이를 역수입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엠비시오는 애초 위성디엠비를 차량용으로 도입했으나, 한국이 휴대전화용으로 추진해 성공하자 뒤따라 휴대전화 방식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엠비시오는 동영상 압축방식에서도 한국 벤처업체인 엠큐브웍스가 개발한 기술이 훨씬 좋은 압축률을 보이자, 최근 자체 기술을 버리고 이 기술을 채택했다. 기륭전자는 자체 개발한 차량용 위성디엠비 단말기를 엠비시오에 납품하고 있고, 벤처기업인 인터그란트도 자체 개발한 위성디엠비용 통신(RF)칩을 일본 위성디엠비 단말기업체에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서 사장은 “위성디엠비는 핵심칩도 삼성과 엘지가 이미 개발을 마치는 등 국산화가 거의 다 이뤄졌다”며 “위성디엠비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기술은 한국이 더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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