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18 19:39 수정 : 2005.01.18 19:39

공공기관등 구매력 큰 곳 먼저 움직여야
‘무늬만 녹색’감시위해 환경회계 도입을
소비자단체 ‘그린상품’구매운동도 필요

EU 내년부터 유해 제품 규제

사회=먼저 국내 소비시장의 현 주소부터 살펴보도록 하지요. 특히 친환경 상품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이병욱 상무=그동안은 기업의 수요가 없었어요. 다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상품에 대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고, 지난해 통과된 친환경상품구매촉진법이 통과되는 등 분위기는 조성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승식 실장=90년대 초반만 해도 재활용제품, 물절약, 에너지 절약 등이 주된 이슈였죠. 그러다가 90년대 후반에 생분해성, 저소음, 저오염 등으로 개념이 넓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도구로 친환경상품이 거론되고 있어요.

이상영 운영위원장=친환경상품 구매는 소득수준하고 맞물려 있어요. 미국의 로하스족 비중이 20%라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국민소득 2만달러 이하니까요.

김태용 박사=2006년부터 유럽연합이 제품에 든 유해물질을 규제하게 됩니다.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만 친환경을 고려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죠. 예컨대 필립스는 제품생산 과정에 환경적 요소를 도입해 만든 비중이 전체의 40%가 넘어요. 설계에서부터 원자재구매, 생산, 마케팅 및 홍보까지 환경성을 고려하는 것이죠. 국내 기업들은 이런 부분을 회사 규정에 반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죠.

신재호 팀장=지난해 4월 환경가치경영을 선언하고 난 뒤 먼저 백화점 매장에 친환경상품이 어떤 게 있는지부터 살펴봤어요. 한마디로 소비자의 생활에 밀착된 상품은 거의 없더라구요.


사회=최근 국내 소비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웰빙족과 이번에 취재한 로하스족과는 좀 차이를 보이는 것 같은데요.

이상영=로하스족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고려한다면, 웰빙족은 개인과 가족의 건강을 고려하는 데 머물러 있지 않을까요? 웰빙족이 되려면 소득수준이 높아야 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죠.

신재호=친환경상품에 대한 구매가 식품류에 머무르는 이유 중에는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이 해당되는지를 모른다는 것도 있습니다. 소비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완제품 자체가 환경성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 판단하곤 해요.

사회=친환경상품의 정의를 무엇으로 내려야할지도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친환경상품=재활용품’이라는 인식도 많았는데요.

문승식=시간이 지날수록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고 봐야죠. 복사용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90년대 초만 해도 재활용률만 따졌어요. 그러던 것이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선 표백제를 덜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구요. 최근에는 불가피하게 버진펄프를 쓸 때 지속가능한 숲에서 가져와야 한다고까지 하거든요.

이병욱=일반상품과 친환경상품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어요. 일반상품은 상품을 판매하지만, 친환경상품은 기능을 판매한다고 하죠. 또 전자가 교체구입을 해야 하는 내구소비재라면, 후자는 수리를 통해 오히려 기능을 향상시키는 내구향상재입니다.

친환경 협력업체에 혜택

사회=환경관리의 범위가 자사 뿐 아니라 공급업체로 확대되는가 하면, 사무용품 구매에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생산자인 동시에 거대 소비자인 기업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김태용=선진국들은 재제조산업도 상당히 발전시켜놨어요. 다 쓴 제품을 걷어들여서 완전히 해체하고 부품들을 세척, 수리해서 다시 신제품과 똑같은 수준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재상품화하는 것이죠.

신재호=백화점에서 연간 광고전단이 8억장, 디엠(DM) 발송으로 3천4백만장이 나가요. 지난해 윗분들을 설득하고 해서 재생용지로 바꿨어요. 전례가 없다보니 어렵더군요. 재생용지에 인쇄가 잘 먹을 리가 없잖아요. 협력업체인 한솔제지와 6개월동안 연구를 거듭했어요. 결국 주문량이 많으니까 되더군요. 추가비용도 들지 않았구요.

문승식=연간 50조 가량을 소비하는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죠. 이런 구매력이 큰 데들이 먼저 움직여줘야 해요. 미국에서도 92년에 포드자동차 등 4개 대기업이 환경보전을 위해 재생용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런 흐름이 2002년에는 270개 기업으로 늘어났구요. 이들이 사용하는 물량이 엄청난데, 전체 소비자가 쓰는 종이의 29%를 차지한다고 하더군요.

이상영=전단 자체를 아예 없애버릴 순 없을까요? 환경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른 획기적인 홍보방법을 동원하고 종이는 안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문승식=저도 제안할 게 하나 있는데요. 식품매장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팔잖아요. 이런 상품을 생분해성 비닐에 담아주는 건 어떨까요.

신재호=저희는 유통업체다보니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아주 중요해요. 2400개 협력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환경성을 고려한 기업에게 좀 더 혜택을 줄 생각이예요. 마진을 높여준다든지, 검품절차를 없애준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사회=기업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동안 친환경 상품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상품 혹은 틈새상품으로 전락해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정부 기술개발에 적극지원을

이병욱=미 상무부 보고서를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증가할수록 그린구매가 증가하는 걸 알 수가 있어요. 초기에는 직접적 규제가 효과로 발휘되다가 결국에는 시장의 규제가 효과를 주더라는 거죠. 기업이 환경에 투자한만큼 소비자와 국민들로부터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해요.

문승식=정부 차원의 의무구매가 생산자의 진입을 늘리는 측면도 있겠지만, 친환경상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에 정부가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할 것 같아요.

이병욱=소비자들의 인식도 중요할 것 같아요. 일본 내무성의 조사자료를 보면 녹색상품의 가격이 5%가 비싸도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39%, 10%가 더 비싸도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26%나 돼요.

이상영=어느 세미나에 갔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환경과 경영은 바하와 비틀즈의음악을 접목시키는 것과 같다고.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겠죠. 생산-유통-소비의 시스템 전반이 바뀌는 정책이 나와야할 것 같아요.

사회=기업들이 사회공헌과 함께 ‘친환경 경영’을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사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승식=맞습니다. 무임승차하는 기업도 없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자꾸 부각돼야 할텐데요.

어릴 때부터 환경체험 교육

이병욱=슬로건만 내걸게 아니라 환경회계가 도입돼야 한다고 봐요. 환경을 고려해서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거죠. 이미 환경보고서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사회=친환경상품이 많아지려면 생산자가 먼저 움직여야 하냐, 아니면 소비자가 먼저 바뀌어야 하냐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먼저 숨통을 터주는 일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문승식=그렇습니다. 공공부문의 그린상품 구매액이 2003년에 2600억정도인데, 2008년에 1조8천억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시행되는 친환경상품구매촉진법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죠. 한 가지 더 정부가 해줘야 할 게 있습니다. 2020년에 2만달러 시대가 오면 인구가 5060만명 정도로 늘어난다고 해요. 소비규모도 점차 커져서 인구 2인당 1대의 자동차를 갖게 되죠. 2만달러시대에 지속가능한 소비가 무엇인지를 정부가 제시해줘야 해요.

이상영=한국의 환경시계가 이미 오후 9시29분을 가리키고 있죠. 12시면 지구가 망하는데, 9시부터는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단계로 봐야 해요.

이병욱=환경체험관 같은 게 필요해요. 놀이와 교육, 기업홍보가 같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합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산화탄소가 적게 나오는 발전시설은 어떤 건지 등을 직접 체험해볼 필요가 있는 거죠.

사회=소비자단체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상영=그동안 소비자단체가 갖고 있는 정보량이 적다보니 구매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데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꾸준히 개선해 나갈 부분이죠. 또 환경단체들이 기업의 감시자로 불매운동도 많이 벌여왔는데, 앞으로는 친환경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구매운동도 필요하다고 봐요.

문승식=환경마크협회에서도 홍보방법을 다르게 해볼려고 해요. 환경마크를 받은 상품들이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어느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를 알려주는 거죠. 예컨대 절수효과가 있는 친환경 양변기를 사용하면 연간 4500억원을 줄일 수 있거든요.

사회=결론적으로 정부-기업-소비자가 함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각 분야를 대표해서 앞으로 전망과 과제를 말씀해주시죠.

이병욱=앞으로는 기업이 의사결정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나 이해관계자가 훨씬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죠.

이상영=올해는 소비자들이 좀 더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녹색상품구매네트워크에서도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예정입니다.

김태용=그동안 기업들이 주로 제품의 원가절감 방안이나 신상품개발 등에 집중을 해왔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다 쓴 제품을 다시 어떻게 재활용하느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왔어요. 자원순환형 사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문승식=한국의 소비규모는 90년대부터 세계 상위 20% 그룹에 속하고 있죠. 국민소득이 세배나 높은 독일하고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같을 정도죠. 궁극적으로는 사무기기 임대업이나 차 공동이용(카 쉐어링) 등 제품의 서비스화로 나아가야 할 거예요.

신재호=우선적으로 웰빙족을 타깃으로 친환경소비를 늘려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미 그쪽 시장이 커가고 있으니까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물류업체와도 그린 네트워크를 잘 형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3부를 마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친환경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에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는 지난 1월12일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정리/황보연 <이코노미21> 기자 hbyoun@economy21.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