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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1 11:05 수정 : 2005.01.21 11:05

버려진 버스 잔해 위에서 놀고있는 아이티 어린이들. EPA



IMF, 분쟁 상처 치유에 1560달러 지원…올해 말 선거 때까진 정정 불안 지속될 듯

시민혁명에 의해 아스트리드 대통령이 쫓겨난 지 꼭 1년째룰 맞이하는 아이티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IMF는 1560만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자금 지원계획을 승인했다. 이번에 아이티에 제공되는 자금은 내전 등 각종 분쟁의 상처를 앓았던 국가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EPCA(Emergency Post-Conflict Assistance)다. 이 돈은 앞으로 분쟁의 완전한 종식, 과도정부의 각종 행정제도 마련 지원, 국가 기반시설 확충 등의 용도에 쓰이게 된다.

IMF는 홍수, 지진, 태풍, 가뭄 등 각종 자연재해는 물론, 정치적 갈등에서 야기되는 무력분쟁으로 고통받는 국가들에 대해 긴급 구제자금을 제공해 왔다. 지난 1962년 이래 이 제도의 혜택을 입은 나라는 모두 34개국. 금액은 23억달러에 이른다. 이런 방식으로 지원되는 구제금융은 IMF 내 가맹국 쿼터의 25% 이내로 제한되어 있지만, 특수한 경우에 한해 50%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지원받은 자금은 3~5년 이내에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이번에 IMF가 긴급 구제자금을 지원하게 된 것은 아이티가 현재의 과도정부 아래서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자체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환율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은 급속도로 떨어졌으며, 특히 외환보유고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지난해 도입된 IMF의 모니터링 제도의 덕이라는 게 IMF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IMF 긴급 구제금융의 적절함 여부를 떠나 현재의 과도정부를 이끄는 인물이 미국 플로리다 출신의 아이티계 후손인 제라르 라토르트 총리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스트리드 대통령이 추방된 이후,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로 구성된 카리브해공동체(CARICOM)는 아이티의 CARICOM 복귀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73년 창립된 CARICOM은 미국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현 과도정부를 비난하며, 아이티에 각종 도움을 주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 주변 국가들은 올해 12월로 예정된 아이티의 선거 때까지는 계속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선거가 예정대로 아무런 탈 없이 치러질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는 탓이다.


굳이 주변국으로부터의 따가운 시선이 아니더라도, 올해 말 열리는 선거는 아이티의 미래에 큰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5600만달러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마련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미국과 EU는 아이티의 선거를 위해 각각 146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아이티의 역사는 되풀이되는 아픈 상처로 얼룩져 있다. 아이티의 역사는 오래전 콜럼버스의 탐험을 계기로 히스파니올라섬에 스페인 정복민들이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17세기 초에는 프랑스인들이 이 섬에 진출했고, 1697년 스페인이 섬의 서쪽 3분의 1을 양도하면서 아이티가 탄생하게 됐다. 삼림이 우거진 데다 아프리카로부터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식민 모국을 위한 설탕 재배에 내몰리면서, 아이티는 한때 수치상으로나마 카리브해 연안국가들 가운데 가장 부유한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8세기 말에는 이들 아프리카 출신 노예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고, 결국 1804년 세계 역사상 최초로 흑인공화국을 수립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분쟁과 갈등에 시달린 아이티는 현재 전 인구의 80%가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서반구 최대의 빈국으로 전락한 신세다. 3분의 2 이상의 경제활동인구가 영세한 소규모 생계형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도 아이티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2001년 이래 경제는 몇 년째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1년 전엔 시민혁명으로 내닫고 말았다.

지난해 2월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광경을 전 세계에 내보였던 아이티는 이제 다시금 뉴스의 초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IMF의 지원 이외에도, 올해 7월에는 워싱턴에서 아이티 재건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모두 11억달러의 돈을 아이티에 쏟아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카리브해 연안의 아름다운 나라 아이티에 서서히 희망의 빛이 비쳐질지 두고 볼 일이다. Hannes B. Mosler/ 객원기자 mino@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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