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압력 거세진다
“6개월안 한국 쇠고기시장 개방 재협상” 장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6개월 내에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위한 재협상이 있을 것이다.”
맥스 보커스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같은 해 5월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국 의회에 서한을 보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 한국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협의를 한국에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쇠고기 시장 개방 등 미국의 추가 통상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쇠고기 협상을 요청하면 우리 정부는 무조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2008년 4월 두 나라가 합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제25조를 보면, ‘두 나라 가운데 한쪽이 협의를 요청하면 7일 안에 상대방이 응해야 한다’고 돼 있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는 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점검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정부는 마지노선을 정해 그 이상을 미국이 요구하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서 협상 요청하면한국은 무조건 응해야
약값도 조정압박 예상 하지만 미국은 월령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 시장에 상륙시킬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3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월령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제한한 현행 농림수산식품부의 장관 고시를 개정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 있다. 예컨대 ‘3년이나 5년간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견되지 않으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한다’거나, ‘미국 쪽은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일정 정도 도달하면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간주한다’는 등의 조건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이 이뤄질 수도 있다. 협정 발효가 오히려 그동안 미뤄뒀던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압력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내의 약값 결정 방식에 대한 미국 쪽의 압박도 예상된다. 커크 대표는 지난달 오린 해치 상원의원(공화당)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역대표부는 한-미 협정 발효 뒤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에서 약값의 독립적 검토 절차 확대를 요구할 것이고, 필요하면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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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냉동창고에 미국산 쇠고기와 칠레산 돼지고기 등 수입산 고기를 담은 상자들이 가득 쌓여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용인/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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