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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종합지원포털(http://www.ftahub.go.kr)의 메인 화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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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FTA소식〉지 장밋빛 전망 일색
부정적 내용은 전무…20억원 재정 소요, 중앙일부가 외부제작
“한·미 FTA, 우리 오빠가 달라집니다♪. 여자 친구 선물도 착한 가격으로 부담없이 구입하고~♪. FTA를 통한 수출 증대로 일자리가 늘어 좋은 직장에 취업되고~♪. FTA강좌 듣고 통상전문가로 인정받고~♪ 한·미 FTA! 멀리 보고 따져 보면, 우리 마을 우리 가족 경제에 큰 힘이 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사흘 앞둔 지난 12일치 주간 〈FTA소식〉지 60호 뒷면에 만화가 곁들여져 실린 문구들이다. 앞서 발행된 〈FTA소식〉지에는 “한·미 FTA 우리 딸이 달라집니다♪”란 홍보글이 눈에 띈다. 내용은 “레몬, 오렌지, 체리 등을 착한 가격으로. 피부 좋아지고, 다이어트하고~. 외국인 투자 증대로 일자리가 늘어 취업에 성공하고~” 등으로 60호와 내용이 엇비슷하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오빠와 딸, 엄마와 아빠가 달라진다는 소식지 문구는 온라인 사이트(☞ 바로가기 http://www.ftahub.go.kr)에선 한 단계 더 진화한다. “한·미 FTA 발효 우리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런데 한-미 FTA로 우리 가족이 정말 행복하게 달라지는 걸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선전의 주체가 정부라는 사실이다. 〈FTA소식〉지는 발행·기획을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가 맡고 있다. 발행인은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다. 소식지 앞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FTA소식〉에 수록된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란 안전판을 깔아뒀지만, 엄연히 정부가 발행 주체로 나서 나랏돈을 들여 제작 및 배포하는 정기 간행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홍보지들은 도서관이나 공공기관 민원실 등에 배치된다.
간행물엔 적지 않는 예산이 쓰인다. 재정부는 앞으로 주간 〈FTA소식〉지와 격월간으로 발행된 〈FTA세상〉을 통합해 월간지로 발행할 계획이다. 29일 재정부 관계자는 “(월간지 발행에) 7개월간 약 3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15권째 발행된 격월간 〈FTA세상〉은 2009년 10월 창간해 햇수로 2년이 넘었다. 발행 때마다 약 2만~2만5000부가 배포된다. 주간으로 발행돼온 〈FTA세상〉이 매번 5만부 안팎 배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억원 안팎의 나랏돈이 재정부의 FTA 홍보지 제작이 쓰이는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계산이 복잡하다”면서, 홍보지 제작에 쓰인 돈을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엔 인터넷 FTA허브 사이트 개설 및 운영, 단행본 <한미 FTA로 달라지는 우리 생활> 제작 비용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의 홍보 예산은 빠져 있다.
홍보지 제작은 외부 언론사에 용역을 맡기는 식이다. 2년여 동안 〈FTA소식〉과 〈FTA세상〉 제작은 중앙일보시사미디어 산하 포브스코리아가 도맡아왔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앙 말고는 하겠다고 나서는 데가 없었다”며 “월간지로 개편되면서 새 사업자 선정 공고가 어제 나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재정부가 발행하는 잡지의 내용들이다. 일방적 정보 전달과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한겨레>가 전체 〈FTA세상〉 15권과 〈FTA소식〉 60호를 모두 훑어봤더니, FTA에 부정적 내용은 전무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협정이란 점을 감안해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물가·일자리·중소기업 문제 등 우리나라가 처한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이 FTA 발효로 다 해결될 것 같은 긍정적 효과만을 극대화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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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세상〉에 실린 기사. 이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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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세상〉에 실린 만화. 이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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