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축구사랑 열기모아 생업으로 연결
동호모임 쫓아다니며 홍보 ‘골인’ 대한민국 남성들이라면 한순간에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몇 가지 있다. 과거에 다녀온 군대 이야기가 그런 소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보다도 훨씬 더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축구’다. 우리나라의 남성치고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말이 가능할 정도로, 축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게다가 축구는 단지 텔레비전으로 보는 스포츠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체육대회를 열더라도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다. 일반인들이 즐기는 조기축구회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마니아도 다른 종목에 비해 월등히 많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있는 축구용품 전문점 ‘축구사랑’의 박희선(36) 사장 역시 그런 축구 마니아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 판매를 하는 세일즈맨이었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 조기축구회에 열심히 나가고, 축구 동호회 사이트 ‘축구사랑’(jogi2002.com)를 자주 방문하던 생활 축구인이었다. 축구사랑은 축구 동호회 사이트 가운데 손꼽히는 곳으로, 현재 13만명의 회원과 6천개의 축구팀을 가진 유명 사이트다. 등록된 조기축구회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서로 친선 경기도 하고 정보를 나눈다. 동호회 규모가 커지자 운영진들은 ‘축구사랑’이란 상표를 등록하고 같은 이름의 법인도 만들어 사업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첫번째 제휴 사업으로 내걸은 것이 축구용품 전문점이었다. 이미 많은 동호인들을 포괄하고 있어 탄탄한 수익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시장 없는 지방이 더 유리 언젠가는 자신의 사업을 한번 해보겠노라고 마음먹고 있던 박 사장에게 이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취미를 생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사는 수원은 축구 열기가 그 어떤 곳보다 높은 곳이라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축구사랑 1호점을 여는 기회를 얻게 됐다. 창업 비용은 비교적 적게 들었다. 우선 점포를 수원 안에서도 약간 구시가지에 구해 점포 비용을 줄였다. 어차피 마니아들이 찾아오게 할 계획이라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다는 주차가 편리한 곳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5평짜리 점포인데 권리금 없이 보증금 3천만원이면 괜찮은 편이었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이 평당 150만원씩 약 2500만원, 초기 물품비용으로 4천만~5천만원가량이 들었다. 창업비용으로 약 1억1천만원 정도가 든 것이다. 다루는 품목은 축구화, 축구공, 유니폼, 트레이닝복, 양말류 등 축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다. 축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한곳에 모아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전문점의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 품목인 축구화의 수명이 4개월 안팎이라 수요는 꾸준하다. 축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7만~8만원 짜리 축구화를 1년에 2~3켤레를 사기 때문이다. 또 축구가 단체 경기이다 보니 가끔씩 유니폼이나 트레이닝복을 단체로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이미 정해져 있어 너무 많은 회사의 제품을 가져다 놓을 필요는 없다.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카파, 조마 등과 같은 축구 전문 브랜드 몇몇만 갖춰도 충분하다. 다루는 품목이 제한돼 있어 일반 체육사보다 재고 부담은 적다. 축구 전문 브랜드 제품은 본사에서 직접, 유명 스포츠 브랜드 제품은 총판에서 떼와 마진도 꽤 챙길 수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유명 브랜드 제품도 총판을 통하면 브랜드 전문매장에 들어가는 가격 그대로 떼올 수 있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방이라는 점이 전문점에는 더 유리한 것 같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서울에선 웬만하면 동대문 시장을 이용하잖아요. 하지만 지방에선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며 비용 따지면 이곳에 오는 게 더 낫거든요.” 축구팀이 있는 웬만한 지방 소도시라면 이런 전문점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말마다 운동장 순회 방문 점포를 열자마자 박 사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주말 운동장 방문이었다. 축구사랑 사이트를 통해 주말 각 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홍보를 하는 것이다. 평균 1주일에 4~5팀 정도를 꾸준히 방문해 안면을 트고 같이 즐긴다. 물론 방문 때 빈손으로 가는 일은 없다. 축구공을 팀에 주기도 하고, 음료수를 사가기도 한다. 처음 점포를 시작했을 때 박 사장이 개인적으로 아는 팀은 약 100팀 정도였다. 지금은 그 폭을 약 300팀 정도로 넓혔다. 수원 안에 학교 축구팀, 조기축구회, 클럽팀이 모두 500개 정도인데 그 절반 이상을 박 사장이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체육대회가 열릴 때 빼놓지 않고 협찬을 하며 챙기는 것도 박 사장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덕분에 약 5개월 만에 매출은 안정권에 들어섰다. 처음 2개월 정도는 지인들 덕분에 매출이 조금 올랐지만 그 뒤론 조금 힘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딱 5개월이 넘어서자 입소문이 힘을 얻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었다. 현재 월 매출은 4천만~5천만원을 거둔다. 이 가운데 월세 70만원, 홍보비 100만~150만원을 포함해 관리비로 약 250만원이 나간다. 제품 마진이 대략 25~30% 정도이므로, 박 사장에겐 약 700만~800만원의 순익이 떨어지는 셈이다. 박 사장은 자신은 가장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자랑한다. “시즌이 되면 축구 경기가 막 몰려 챙기러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아요. 아마 좋아하지 않는 일이었다면 힘들어서 못했을 거예요.” 김윤지 <이코노미21> 기자 yzkim@economy21.co.kr 전문가평가
유니폼 등 단체주문 공략해야 현재 국내 축구 동호인 수는 약 1만개 팀, 20만명에 이른다. 이런 축구 붐 속에 등장한 것이 멀티 브랜드 축구용품 전문점이다. 이 업종은 무엇보다도 축구를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용품을 브랜드 별로 갖춰야 한다. 신발, 의류 등 일반적인 축구용품뿐 아니라 마니아들이 관심을 가지는 티탄 목걸이, 캐릭터, 응원용 수건 등도 갖춰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야 한다. 마니아들을 상대하려면 상품과 축구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축구화만 해도 공격수와 수비수 등 포지션이나 운동장 상태, 발 볼의 폭 등에 따라 필요한 상품이 다르므로 정확히 파악하고 추천해야 한다. 또 고객이 없는 상품을 찾을 땐 인터넷이나 본사 등을 통해 찾아주는 성의가 필요하다. 고객 유치와 관리를 위해서는 지역의 조기축구회나 축구클럽 등 관련 단체와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지역마다 평균 200개 이상의 팀들이 있고, 이들은 교류전 등을 하며 접촉이 많다.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팀에서 유니폼 등을 단체 구입할 때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재고관리도 잘해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독특한 상품은 기본 사이즈만 갖추고 대중적인 디자인 중심으로 진열하는 게 재고를 줄이는 방법이다. 해가 지난 상품은 한꺼번에 할인판매를 하는 등 기획판매도 해봄직하다. 재고관리를 위해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들의 상품 반응을 알아보는 등 정보 수집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changupkorea.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