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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09 19:56 수정 : 2014.06.09 22:21

“노동자 참여해 이사회 견제” 뼈대
여야 의원들 관련법 제·개정 추진

“공공기관 이사회도 노조대표 참여”
‘의정포럼’ 법 개정 9월국회 발의키로
“상장사·금융사 사외이사에 노조대표”
여 이완영·야 김기준 의원 각각 발의
재계 “경영권 침해·비현실적” 반응

독일의 주식회사는 이사회 구조가 이원화돼 있다. 주주총회에서 뽑힌 주주 대표와 노동조합 등에서 추천한 노동자 대표들이 절반씩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실질적인 기업 경영을 수행하는 집행이사회로 구분된다. 감독이사회는 집행이사회의 이사들을 선출하고 업무를 감독하며, 필요한 안건을 입안할 수 있다. 주주총회 못지않은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런 통로를 통해, 노동자 대표들은 최고경영진의 선출 및 해임, 투자 계획 등 기업 전반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1976년 제정된 ‘공동결정법’에 따라, 전산업에서 직원 2000명 이상을 둔 기업이 적용을 받고 있다. 평상시 만들어진 이런 노사간 경영협의 분위기 덕에 독일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노사합의 아래 고용을 줄이지 않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 노사관계를 연구한 이상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이 선출한 이사들로만 이사회가 구성되는 영미형 기업 지배구조와 달리, 독일은 주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 전반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지배구조”라고 말했다.

독일식 경제민주화 모델의 핵심으로 꼽히는 ‘노동자 경영참여’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9일 국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기관 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의원·노조·시민단체 모임인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의정포럼’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 방안을 규정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할 예정이다. 이 포럼에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의원 2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의정포럼이 눈여겨보고 있는 모델은 프랑스의 공공부문 민주화 관련 법률이다. 이 법은 공공기관의 운영위원회(이사회) 혹은 감독위원회 구성원의 3분의 1을 임금노동자 대표로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의정포럼의 자문을 맡고 있는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공공기관의 경우 사용자(혹은 정부), 이용자 대표인 시민, 생산자 대표인 노동자, 공익성을 갖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해관계자 참여형’ 이사회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문제나 대주주 전횡의 폐해가 여러 차례 지적돼온 금융회사와 관련해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은 노사협의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들의 대표가 복수로 추천한 후보 가운데 선임하도록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2012년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은 상장회사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중 1명 이상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른 총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로 해야 한다는 것이 뼈대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와 최종 자구 수정 작업을 거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이런 법 제·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현행 사외이사 제도가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면서 기업 경영을 제대로 감시·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김기준 의원은 “재벌 총수와 대주주가 개입한 횡령사건, 배임행위,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 등이 반복해서 발생해왔지만 회사와 고객한테 피해를 끼친 당사자들이 여전히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적절한 감시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재계 쪽에선 이를 ‘경영권 침해’로 보면서 논의를 금기시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유럽식 경영참가 요구가 비현실적이며 노사대립이 강한 국내 현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호 정책위원은 “독일에서는 공동결정제도가 노사간 정보 교류를 원활하게 하고 책임있는 결정을 유도하면서 오히려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이 때문에 법안 도입 초기 헌법소원까지 불사하며 반대했던 대기업으로부터도 그 유효성을 인정받았다”고 반박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사회 참가가 노동자 경영참여의 최고 단계라고 본다면 그에 앞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유명무실한 노사협의회부터 활성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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