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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0 01:16 수정 : 2014.06.10 15:43

경제 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이 상위층으로만 집중되는 양극화 탓에 경제 활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택가 쓰레기 봉투더미속에서 지난 달 31일 새벽 한 노인이 재활용할 수 있는 물품을 찾아 옮기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07~2012년 ‘통합소득’ 자료
5년간 ‘33.8% 성장’ 불구
최상위층으로 ‘과실’ 집중
양극화로 소비 줄어 경제발목

경제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그 과실이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있다. 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이 최상위층으로 집중되면서 다시 성장의 동력마저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소득 집중도를 낮추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소비의 회복과 이를 통한 성장동력의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겉모습과 달리, 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의 몫이 고루 돌아가지 않고 있다. 2007~2012년 우리나라 국민총소득(명목, 원화 표시)은 1040조1000억원에서 1391조6000억원으로 33.8% 증가했다. 그사이 인구가 늘어난 점을 고려한 1인당 국민소득도 2140만원에서 2783만원으로 30% 늘었다.

하지만 9일 <한겨레>가 입수한 2007~2012년 국세청의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납부자 가운데 중복자를 뺀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를 보면, 상위 계층의 소득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새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1억737만원에서 1634만원(15.2%) 증가한 1억2371만원으로 커졌다. 반면 하위 10%의 소득은 1인당 평균 330만원에서 348만원으로 18만원(5.5%) 증가에 그쳤다.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 또한 32.3%에서 34.0%로 커졌다. 특히 최상위 1%의 평균 소득은 3억2925만원에서 5년 만에 3억7598만원으로 4673만원(14.2%)이 불었다. 여기에 극소수에게 집중된 부동산 매각 등에 따른 양도소득을 넣고, 과세 미달자 및 소득세 신고 예외자 등을 모두 포함할 경우 상위 계층의 소득집중도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체 소득에서 최상층의 비중은 더 커지고 최하층의 비중은 더 줄어드는 소득 양극화의 심화는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만성적인 소비 부진이다. 한국은행의 새 국민계정(지출항목별 기준)을 보면,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분기 55.7%에서 올해 1분기 48.8%로 무려 7%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계속 밑돌면서 경제의 가장 큰 축인 소비의 비중이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부진의 이면엔 중하위 계층의 실질소득 정체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중하위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고, 상위 계층에서는 작다. 실제 지난 1분기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보면, 1분위(하위 10%)는 처분가능소득이 월 68만2010원(평균 가구소득은 월 87만4548원)인데 평균 소비성향은 155.8%다. 평균 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이들이 세금 등을 내고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을 다 쓰고도 모자라 빚을 내 38만원 이상을 더 쓴다는 얘기다. 반면 10분위(상위 10%)의 평균 소비성향은 55.4%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 중 절반 정도만 쓰고, 절반은 저축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상위 계층으로 소득이 집중될수록 시장에 도는 돈은 크게 늘지 않아 전체 민간소비의 증가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소득 확대-소비 증가-고용 창출-인적자본 축적-성장 지속-소득 확대’의 선순환에 의한 내수·수출 균형성장 모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 둔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아울러 가계소득 둔화는 내수경기 침체를 통해 설비투자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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