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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4 17:56 수정 : 2005.01.04 17:56

제3부 소비 패러다임이 바뀐다
3편 잠자는 거인 로하스족을 잡아라
미 소비자 27% ‘로하스족’
친환경·합리적 소비패턴 지향
유기농만 파는 ‘홀푸드마켓’
가격 2배이상 비싸도 북적
잘사는 사람만 유기농 먹나
필요한 것만 사면 부담적어

미국 텍사스 오스틴 중심가에 있는 홀푸드마켓 매장. 싱싱한 과일과 채소 더미들이 840평의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다른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현란한 형광등 조명과 플라스틱 번호판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흙색 톤으로 꾸며진 실내는 시골 농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홀푸드마켓은 살충제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은 자연식품과 유기농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문 소매점이다. 일반 매장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일년 내내 고객들로 북적인다. 2004년에 전년보다 14.9% 증가한 39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이곳에 들른다는 타미 존(40)은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질 좋은 유기농 제품을 살 수 있어 자주 온다”고 했다.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잘사는 사람들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쇼핑을 여기서 한다면 돈이 많이 들지만, 꼭 필요한 유기농 채소를 조금씩 산다면 큰 부담은 아니죠.” 그는 얼마 전 아이들을 위해 카페트 대신 나무 마루를 깔았다. 패스트푸드는 절대 먹지 않는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타미 존 같은 소비자군을 로하스(LOHAS)족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건강이나 환경의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등 자신의 가치관에 비춰 구매결정을 한다. 컨설팅 업체인 내추럴 마케팅 연구소는 미국 전체 소비자의 27%인 5500만명이 로하스족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체 소비자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최근 미국에 불고 있는 유기농과 요가 열풍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물론 90년대 이전에도 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9년 ‘로하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컨셔스 미디어의 테드 닝 광고국장은 “60~70년대에는 요가나 유기농이 히피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연관된 특이한 것으로 취급됐다”며 “반면 이제는 그것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운동 단체인 뉴 아메리칸 드림의 사라 로버트 홍보이사도 “최근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88%가 미국이 너무 물질적인 사회가 됐다는 우려를 나타냈다”며 “유기농 커피나 유기농 초콜릿을 찾고, 자연친화적인 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등 유럽에 비해 보수적이던 미국인들의 소비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홀푸드마켓은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측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에 속한다. 채식주의자로 장발에 샌달을 즐겨 신던 대학 중퇴생 존 매케이는 1978년 오스틴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유기농 전문점을 처음 열었다. 그러나 초기 몇 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거듭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92년 나스닥 상장 이후 지금까지 주가는 무려 1800% 상승했다. 그 사이 19명이던 종업원은 3만2천명으로 늘었고,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165개의 매장을 갖게 됐다. 홍보담당 에이미 호프펜스퍼거는 “홀푸드마켓은 단순한 식품 소매상을 넘어 개인과 사회, 지구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홀푸드마켓은 매년 매출액의 5%를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자회사인 커피업체 알레그로는 공정무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미의 커피 재배 농가에 공정한 시장 가격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레그로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 자체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브랜드 뒤에, 제품 뒤에 실제로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테드 닝 국장은 “이를테면 캔디바 같은 경우, 예전에는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신경을 쓰는 소비자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콰테말라의 농부들이 만든 유기농 캔디바를 사면 그 돈이 거대 기업의 주머니가 아니라 가난한 농부들에게 간다는 데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로하스 소비자에게는 그 제품이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느냐 못지않게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가 중요하다.

콜로라도 브룸필드의 가이암은 로하스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고 출발한 기업이다. 지난해 요가 비디오, 친환경 의류,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조명기구 등 2천여 종의 로하스 제품을 온라인과 소매점을 통해 1억 달러 어치 판매했다. 바이론 프레니 마케팅 이사는 “소비자들이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로하스 제품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높은 가격과 의심스러운 품질이다. 바이론 프레니는 “유기농 면을 처음 생산할 때는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비용이 훨씬 더 들었다”며 “수요가 적어 제조 단가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요기반이 넓어지고, 더 많은 기업들이 유기농 면 생산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품질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이론 프레니는 “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품질이 더 좋고, 패셔너블 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조잡한 품질과 투박한 디자인을 참아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이 한결 쉬워진 것이다. 테드 닝 국장은 “로하스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쿨 하면서도 가치 있는 것을 함께 추구할 수다”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히피족 같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심지어는 기업까지도 그런 제품의 가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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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브룸필드, 타코마파크, 할레스빌/장승규 <이코노미21>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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