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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회사에서 합병을 통해 전자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우성넥스티어 김도균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부설 종합연구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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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 엘시디, 염료 -> 디지털, 시계 -> 바이오
업종 확 바꿔 도약 날갯짓 ‘기업의 변신은 무죄.’ 식품이나 염료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에서 첨단 디지털·바이오 업체로 변신하는 업체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장 극적으로 바뀐 회사는 우성넥스티어다. 우성넥스티어는 ‘머거본’ 땅콩을 만들던 우성식품과 디스플레이업체 넥스티어가 지난해 합병한 회사다. 1965년 설립된 우성식품은 펩시콜라를 만들던 70~80년대의 전성기를 지나 2000년대 들어서는 상장기업임에도 연매출이 60억원대에 불과할 정도로 몰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엘시디 텔레비전을 생산하던 넥스티어와 만나 기업변신을 꾀하게 된 것이다. 2000년에 설립된 넥스티어는 엘시디(LCD) 텔레비전과 피디피(PDP) 텔레비전 수출을 위해서는 공개기업이라는 안정성이 필요했다. 또한 제품 하나 개발에 최소한 10억원은 들어가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도 중요했다.
우성넥스티어는 지난해 12월 식품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완전한 디스플레이업체로 탈바꿈했다. 변신은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 회사 주력제품은 20인치와 26인치, 32인치 엘시디 텔레비전과 42인치, 50인치 피디피 텔레비전이다. 이들 제품을 가지고 유럽 시장을 뚫기 위해 3년 이상을 뛰어다닌 결과 지난해 11월 스위스의 전자업체인 ‘스카이미디어’와 9300만달러 규모(약 1천억원)의 연간 수출계약을 맺었다.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등에서도 계약이 이어졌다. 덕분에 지난해 530억원 정도인 매출액을 올해는 1300억원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차 있다. 연산 3만대 수준의 인천공장 생산 능력도 올해 중에 4~5배 확장할 계획이다.
우성넥스티어의 김도균(41) 사장은 “우성과 합병한 뒤에는 상장회사란 점 때문에 국외영업을 할 때 상대방에게 좀더 높은 신뢰를 줄 수 있었다”며, “우성도 넥스티어 덕분에 되살아 났고, 넥스티어는 우성 덕분에 폭넓은 국외영업이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했다.
염료회사인 이화산업도 피엠피를 통해 디지털업체로 도약할 꿈에 차있다.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 3월에 설립된 이화산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 중의 하나였는데,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사업을 찾다가 지난 2000년 디지털미디어 사업부를 만들었다. 유희동 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 출신들을 영입해 전자산업 변신의 지휘를 맡겼다. 처음에 시작한 사업은 카디브이디플레이어 등이었지만, 올해는 엘시디 텔레비전과 피엠피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화산업은 지난해 9월 ‘아이뷰비’라는 이름으로 피엠피를 내놓았다. 디지털 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매출 1천억원 중 200억원 정도이지만, 조만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게 키운다는 방침이다.
1959년 설립된 전통의 시계업체인 오리엔트도 2003년 바이오사업 부문에 진출해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생산품은 신약개발 및 바이오 분야에 이용되는 실험용 쥐 등이다. 바이오제노믹스 대표를 지냈던 장재진 사장이 경영을 이끌며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의 지난해 매출은 전체의 60~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대기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주 생산품은 반도체회로보호제(EMC)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연마제(CMP) 등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계 매출이 120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지난 2003년도에는 4% 수준이었는데, 크게 성장한 것이다. 제일모직은 반도체 소재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제일모직은 2006년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전자재료의 매출 비중을 15%로 높인다는 비전을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전자재료사업의 성장세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조만간 2006년 전체 매출과 함께 이 분야의 매출 목표도 다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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