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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뉴스는 출범 3년 만에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 포켓뉴스 운영자들이 뉴스전송 방식을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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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뉴스, 지역 기반 맞춤뉴스 서비스…DMB·휴대인터넷 맞물려 이용자 늘 듯
“화끈한 대화를 원하세요? 지금 바로 060 ×××로 접속하세요.”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휴대폰 스팸메시지는 이용자 입장에선 짜증을 넘어 공해 수준이다. 유흥가 밤거리를 뒤덮던 각종 음란·광고성 전단지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타고 숫제 휴대폰 속으로 들어온 꼴이다. 오는 4월부터는 상대방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광고성 메시지를 보내면 불법으로 간주되는 ‘옵트인’(Opt-In) 제도가 휴대폰에도 도입된다. 이러다간 ‘휴대폰 광고=쓰레기 정보’란 등식이 굳어질 판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정보만 골라 듣는다면 어떨까. 물론 공짜로 말이다. 게다가 문자메시지를 받는 만큼 마일리지까지 적립시켜 준다면? 길다산업의 포켓뉴스 www.pocketnews.co.kr가 바로 그러하다.
포켓뉴스는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각종 정보를 실시간 전달해 주는 맞춤형 휴대폰 생활정보 서비스다. 회원들은 77개 관심분야 가운데 원하는 정보를 고르고, 선택된 정보들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된다. 문자메시지 1통을 받을 때마다 30포인트(=30원)의 ‘포켓머니’가 적립되고, 이 적립금은 무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이용할 수 있다. 포인트가 1만원 이상이면 현금으로도 되돌려준다.
포켓뉴스는 스팸메시지의 홍수 속에서도 3년째 꾸준히 인기를 끌며 어느덧 회원수 10만명을 돌파했다. 이름만 걸친 ‘유령회원’들을 한 차례 걸러내고 남은 ‘진성회원’들만 따진 수치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욱 밝다고 한다. 인기의 비결은 이렇다.
3년째 꾸준히 인기, 회원수 10만명 돌파
길다산업이 포켓뉴스를 처음 선보인 건 2002년. IT붐이 온 나라를 막 휩쓸고 지나간 때였다. 17년 동안 무역업으로 잔뼈가 굵은 주태건(53) 사장은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 수익원을 일굴 텃밭으로 인터넷을 선택했다. 무역업의 중심이 인터넷으로 점차 ?グ丙〈 것도 그의 결단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준비 끝에 증권정보 사이트를 열었지만, 비싼 수업료만 내고 문을 닫았다. 새 부대에 맞는 새 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휴대폰이었다. 1년여 준비 끝에 휴대폰을 이용해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포켓뉴스를 내놓았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고객의 주머니로 뉴스를 막 쏘기 시작했을 당시의 반응은 썰렁함과 무관심이었다. 일부 회원들은 스스로 서비스를 신청했음에도 “왜 자꾸 스팸메시지를 보내느냐”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 뉴스와 정보를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는 포켓뉴스의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답답했다고 한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는 곳에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는 법이다. 포켓뉴스에겐 2003년과 2004년의 두 ‘사건’이 바로 그랬다. 지난 2003년 2월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이 포켓뉴스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사고가 난 지 30분이 지난 뒤였다. 이 소식은 여느 때처럼 회원들의 주머니로 즉시 전송됐다. 주요 언론들도 이미 앞다퉈 참사 소식을 전달하고 있었다. “처음엔 다들 사건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런데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원들의 확인전화가 빗발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미 뉴스가 보도됐더라도 대부분은 외부에서 근무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느라 즉각 정보를 듣지 못한 것이죠. 문자메시지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포켓뉴스를 탄생시킨 박준범 팀장의 회고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 사건도 포켓뉴스의 힘을 새삼 확인해 준 ‘기회’였다. 물론, 탄핵 가결 소식이 확정됨과 동시에 포켓뉴스 회원들의 주머니 속에는 따끈한 뉴스가 전달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대뜸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확실히 탄핵시켜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어르신네가 계신가 하면, “헌정 사상 이런 수치가 어디 있느냐”는 울분이 수화기 너머에서 울리기도 했다. 문자메시지를 보고 불법 정치 설문조사로 오해하고 항의하는 이도 더러 있었다. 국내의 두 ‘참사’가 거꾸로 포켓뉴스엔 ‘호재’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사무실 내 전용 모니터링 요원들이 주요 뉴스사이트를 비롯해 정보가 있을 만한 곳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것이 전부다. 이른바 ‘특종’을 건지려 동분서주하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을 통해 정보를 사지도 않는다.
열쇠는 바로 회원들이 원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용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에 전달하는 데 있다. 모든 선택권은 회원에게 주어진다. 휴대폰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간단한 가입 절차만으로 누구나 포켓뉴스의 회원이 될 수 있다. 포켓뉴스 이용자는 회원 가입과정에서 77개 항목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직접 선택한다. 그리고 거주지와 활동 지역을 입력하면 자신이 선택한 정보 가운데 자신의 활동 지역에 맞는 것만 골라 전송된다. 전송시간이나 하루 최대 수신건수도 본인이 선택 가능하다.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보내는 정보도 알짜다. 구청 문화강좌 소식이나 동네 할인점 할인정보, 날씨나 증권소식과 건강 정보 등 바쁜 일과 속에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철저히 지역밀착형으로 승부하는 것도 호응이 좋다. “신문이나 TV에 다 나오는 정보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정보들”이란 것이 박종범 팀장의 설명이다.
물론 포켓뉴스가 내보내는 것이 순수한 ‘뉴스거리’만은 아니다. 제휴사가 제공하는 각종 ‘광고’들도 상당수다. 그렇지만 메시지를 받는 사람에겐 광고가 ‘정보’로 탈바꿈한다. 회원 스스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수신을 허용한 소식들이기 때문이다. 휴일에는 ‘○○동 △△헤어클럽 30% 할인권’을, 늦은 밤에는 ‘○○대리운전 20% 할인티켓’을 보내주는 식이다. 이마저도 원치 않으면 언제든 거부할 수 있다. “메시지 1통당 적립되는 30포인트의 포켓머니를 노리고 수신항목을 잔뜩 선택한 뒤, 왜 메시지를 빨리 안 보내주느냐고 화를 내는 고객도 많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다.
휴대폰 이용한 고소·고발 서비스도 곧 내놔
포켓뉴스는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마케팅 서비스다. 지난 1999년 이후 IT 붐이 일어나면서 비슷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난 지금, 대부분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모바일 광고를 통한 수익만으로는 엄청난 메시지 전송비용과 관리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켓뉴스도 예외는 아니다. “주 사업인 무역업이 적자를 감당해 주지 않았으면 벌써 서비스를 접었을 것”이라고 주태건 사장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럼에도 끝내 서비스를 유지했던 건, 늘어나는 회원에서 희망을 찾았기 때문이란다. 휴대인터넷(WiBro)이나 DMB처럼 무선통신 환경이 대폭 개선될 기미가 보이는 것도 사업 전망을 밝게 한다. 전송료가 대폭 줄어드는 대신, 이미지나 동영상 등 전송 가능한 메시지 형식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외국어 학습을 돕는 클럽 서비스 ‘포켓팅’도 내놓았다. 이용자가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관심 외국어와 통화시간 등을 지정해 두면, 해당 외국어 클럽을 관리하는 ‘포켓짱’이나 다른 포켓뉴스 회원이 해당 시간에 전화를 걸어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거나 학습을 진행하는 식이다. 서비스를 연 지 1개월 만에 벌써 회원수가 5천명을 넘어섰다.
올해부터는 문자에 더해 이미지까지 전송해 주는 새로운 ‘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각종 부조리를 회원들이 직접 고소·고발하는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이겠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회원수를 30만명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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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태건 길다산업 사장 주태건 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수원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80년대 초, “배가 너무 고파” 교수직을 박차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공기청정기나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차량 도난방지기와 표면처리 장비 등 안 다룬 물품이 없었다. 중도에 택배업에 손대기도 했다. 흥하고 망하길 몇 번. 지금도 그가 대표로 있는 길다산업은 무역업이 주력 업종이다. 포켓뉴스는 말하자면, 미래를 내다본 ‘수종 사업’인 셈이다.
아직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인 것 같다. 지금으로선 아직 한계가 있다. 각 구나 지방도시마다 일정 숫자 이상의 회원이 확보되어야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다. 요즘에는 전국망을 갖춘 프랜차이즈업체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자연스레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우리 제휴사 가운데 ○○마트가 있다. 거긴 팔고 남은 농산물 처리가 가장 골칫거리다. 다음날 팔 수도 없고, 시들고 물러 처분할 곳도 없다. 우리는 그 지역 회원들에게 밤늦게 할인정보를 실시간으로 쏴준다. 회원들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고, 해당 할인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좋아한다. 한 회원은 술에 취해 거리를 헤매다가 우리 문자메시지를 보고 대리운전 회사에 연락해 무사히 귀가했다며 고맙다고 전화한 적도 있었다. 비슷한 사례는 너무 많다.
포켓뉴스가 지향하는 바는. 궁극적으로는 사회정의 구현이다. 사회 곳곳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나 교통질서 위반처럼 부조리하고 잘못된 것들이 많다. 그런 것을 보고 신고하려고 해도 어디에 해야할지 잘 모르고 절차도 까다로운 데다,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잘 못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따져봐야 시비만 붙는다. 우리는 카메라폰만 있으면 그런 장면을 찍어서 올려 자동으로 고소·고발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관련 시민단체나 지자체와도 연계할 생각이다. 남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하소연할 데가 한 군데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게 포켓뉴스다. 내 마음속의 뉴스 아닌가. 인터넷 사이트든 휴대폰이든, 포켓뉴스가 그런 곳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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