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지수 105.5로 하락
미-중 무역 갈등 영향으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역상대국 통화가치와 물가를 고려한 원화값이 지난달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바 있다.
22일 국제결제은행(BIS)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2010년=100)는 105.05로 2016년 2월(104.82)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지난해 9월 114.74를 정점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4월(110.13) 이후 하락세가 가팔라져, 최근 4개월 만에 5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통화의 실질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해당국 통화의 실질 가치가 하락함을 뜻한다. 원화가치가 떨어질 때 명목 환율은 상승한다. 원-달러 환율은 4월 말 1168.2원에서 8월 말 1211.2원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다만 9월 들어서는 1200원 밑으로 다시 하락해, 지난 20일 11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1990년 이후 두 차례 큰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한번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로 1997년 8월 121.94에서 1998년 1월 72.33으로 40.7% 폭락했다. 다른 한번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로 2007년 7월 131.11에서 2008년 11월 84.79로 35.3% 떨어졌다. 이번 하락 국면에서는 지난해 9월 114.74에서 올해 8월 105.05로 8.5% 하락한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원화의 외국상품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자에겐 불리하게 작용하고, 교역상대국에 싼값에 상품을 팔 수 있으므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최근 수출 부진은 전반적인 국제 교역의 둔화에 따른 결과라서, 원화가치 하락이 우리 기업의 수출 증가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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