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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31 12:18 수정 : 2019.10.31 12:43

지난 26일 칠레 산티아고 시내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국 시위로 사상 초유 사태 불러와
12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도 포기
APEC 사무국 “칠레 결정 지지”
개최 여부 불투명…각국 정상 일정 차질

지난 26일 칠레 산티아고 시내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8일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칠레가 다음달 16~17일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전격 취소했다. 칠레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서명하기로 한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지 우려된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11월 에이펙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런 결정이 “최근 몇 주간 칠레와 모든 국민들이 겪어온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며, “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건 공공질서와 시민들의 안전, 사회적 평화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이 결정으로 에이펙과 기후변화 총회에 생길 문제와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며 “대통령은 그 어떤 것보다 항상 자국민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다수의 국가 정상이 참여하는 대형 국제회의가 개최 직전에 취소된 건 초유의 일이다. 1989년에 출범한 에이펙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하는 지역 경제 협의체로, 해마다 회원국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해 왔다. 참가국 정부들은 칠레의 개최 취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관련 보도가 나온 후에야 취소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에이펙 정상회의는 아예 건너뛰게 될지, 아니면 향후에 칠레 또는 다른 장소에서 언제 열릴 것인지 불투명한 상태다.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정상회의라서 일정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에이펙 사무국의 레베카 파티마 스타 마리아 국장은 30일 트위터에 “칠레와 회원국의 안전과 안녕이 에이펙의 최우선 순위”라며 “사무국은 개최를 중단하기로 한 칠레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최 취소에 따른 대안은 언급하지 않은 채 “말레이시아가 2020년 에이펙을 주최한다”고 덧붙였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현재로서는 준비된 제2의 (에이펙 정상회의) 후보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다른 장소와 관련한 잠재적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 참가국 정상들간의 양자회담 등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티아고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게 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특히 이 자리에서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공식 서명하는 방안이 추진돼왔으나 이 일정도 변경과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양국은 지난 10~11일 워싱턴에서 제1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열고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트럼프 대통령)고 밝힌 바 있다. 양국은 그후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에 두 정상이 공식 서명에 이르기 위한 후속 접촉을 해왔다. 양국은 1단계 합의에 서명한 뒤 2단계, 3단계 합의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2018년 11월 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장면. 연합뉴스
다만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같은 ‘시간 프레임’ 내에 중국과의 역사적인 1단계 합의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영문 일간지 <글로벌타임스>는 에이펙 취소가 무역 합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31일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메이신위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이 무역 합의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담을 위한 준비는 큰 문제가 아니다. 제3국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이 별도의 정상회담을 개최해 1단계 합의에 서명할 수도 있지만 정상회담 장소도 협상의 주도권 싸움과 연계될 수 있는 터라 양국이 또다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은 “이번 에이펙 개최 포기로 양국 정상이 1단계 무역합의에 언제 서명할지에 대한 의문이 던져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텐 슬로크는 <블룸버그> 통신에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2단계 또는 3단계 합의를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함께 취소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12월 2∼13일 산티아고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 총회 개최를 위한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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