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5 17:07
수정 : 2019.11.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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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무선이어폰 ‘에어팟(위)’와 샤오미 무선이어폰 ‘에어닷 프로(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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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디자인 갖고 있다”지만
에릭슨·큐파이 등 소송 끊임없어
중국 판결문 기준 연간 100건 안팎
지적재산 전문 법원도 생겼는데
“모방 아닌 영감” 언제까지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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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무선이어폰 ‘에어팟(위)’와 샤오미 무선이어폰 ‘에어닷 프로(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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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했을 뿐 타사 디자인을 따라하진 않았습니다. 제품마다 샤오미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이 있습니다.”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지난 1일 <한겨레>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샤오미의 디자인 모방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관련기사☞
샤오미 “한국에 직영매장 만들겠다…팬덤도 구축”). 한국·일본 마케팅 전략을 책임지는 그는 “단순한 모양새와 중립적 색상이 일반적인 트렌드이긴 하지만 제품별로 보면 샤오미만의 개성이 있다”고 했다. 애플·삼성전자 등을 따라했다는 시장 평가에 대해 ‘영감을 받았을 뿐 따라한 것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샤오미는 2010년 애플의 아이오에스(iOS)를 닮은 운영체제 ‘미유아이’를 시작으로 애플 제품과 닮은 ‘에어닷(무선이어폰)’, ‘홍미(스마트폰)’, “미 워치(스마트워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중국의 애플’이라 불렸다. 최근 제품군을 가전제품과 스마트기기로 넓힌 뒤로는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 발뮤다의 ‘에어엔진’ 등과 닮은 제품을 출시해 특허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허업계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국외 기업들의 이미지 관리 △중국 사법부에 대한 국외 기업들의 낮은 신뢰도 △샤오미의 특허 회피 전략 덕분에 이제까지 샤오미의 흉내내기 전략이 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김아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임연구원은 “5∼6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사법부가 행정부와 분리돼 있지 않다고 여겨졌고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들도 많아 소송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김수진 주연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중국의 법 체계가 서구권과 달라 글로벌 기업들이 소송하기가 까다롭다”며 “특히 애플은 샤오미가 등장할 당시 중국에 등록한 특허가 타사 대비 적었고 지난 2010년 중국 기업과 벌인 ‘아이패드’ 상표분쟁에서도 패소해 중국기업과의 소송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봤다.
해석의 여지가 넓은 디자인 특허와 실용신안에 ‘베끼기’ 논란이 집중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꺼진 화면에 그림을 띄우는 샤오미의 ‘벽화티브이’는 삼성전자의 ‘더프레임’을 따라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 엘지(LG)전자 제품에서도 같은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테두리를 없애 각광 받은 샤오미의 ‘미믹스’도 2015년 샤프가 만든 ‘아쿠오스’와 유사하다. 전작들을 다양하게 참고해 개량품을 내 놓는 전자업계 관행 탓에 특정 회사가 ‘원조’를 주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특허 정책 변화로 흉내내기 전략도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국가 지식재산 전략 심층 실시 계획’을 만들어 지식재산전문법원을 설립했고 저작권법도 강화했다. 기업들이 중국 본토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기 시작했고 외국인 원고 승소율도 68%
(중국베이징지식재산법원·2014∼2019상반기)까지 올라왔다. 마침 샤오미도 2013년께부터 블루스파이크·에릭슨·쿨패드 등 여러 기업들에게서 특허 소송을 당했다. 중국판결문서망 사이트에 집계된 샤오미 관련 권리침해 소송 건수는 피소·제소를 포함해 2013년 7건에서 2018년 198건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샤오미도 특허 건수를 6천건까지 늘리고 국외 유명 디자이너와 공동 디자인하거나 노키아,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소송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기업 관련 특허 소송을 담당하는 유성원 변리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물밑에서 여러 업체들이 특허 보호를 놓고 다투고 있다. 제도가 강화된 만큼 중국 내에서의 권리 다툼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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