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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7 17:50 수정 : 2019.11.07 21:28

그래픽_고윤결

금융위 ‘5% 룰’ 개정안에 대한 경총 반발 뜯어보니

감사위원 자격 강화 등 정관변경은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때만 허용

배당 등 주주권리 위한 개정이지
적대적 M&A 규제 완화는 아냐

이사해임·위법행위중지 청구권
재계 “완화” 주장도 사실과 달라

그래픽_고윤결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을 활성화하고자 ‘5% 룰’(대량보유 보고제도)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경총 등 재계 일부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무력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 룰은 특정회사 주식 5% 이상 보유자에게 보유상황과 변동내역 등을 5일 안에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5일 이내 상세보고 대상인 ‘경영권 영향 목적’의 범위에서 배당 요구 같은 기본적인 주주활동을 제외하고, 기존 약식보고(단순투자) 대상을 ‘단순투자’와 ‘일반투자’로 구분한 게 핵심이다. 특히 공적연기금 등이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라 감사위원 자격 강화 같은 보편적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정관변경을 추진하는 것도 상세보고 대신 월별로 보고하는 ‘일반투자’로 분류했다.

이에 경총이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의 길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론전에 나서자 금융위가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잘못됐거나, 오도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 중심으로 팩트체크를 했다.

‘5% 룰’ 강화가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경총은 “개정안은 투자자의 경영개입 인정요건과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며 미국도 정관과 배당정책 변경 등에 관한 주주권 행사를 ‘경영개입’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독일 등 유럽 선진국은 3% 지분 보유 시 2일 이내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오히려 보고 대상을 3%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을 살펴본 결과, 미국은 “지배 변경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나 효과를 가지는 취득자”가 아닐 경우 약식보고를 허용한다. 그런데 약식보고 대상에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포함되며, 그 사례로 임원 보상과 환경정책 같은 공공이슈에 대한 경영 관여, 그리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평가받는 시차임기제(이사 임기를 분산시키는 것)와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주는 제도) 계획 폐지 등을 제시했다. 영국은 3% 보유 시 2일 이내 보고의무가 맞지만, 5%를 초과하지 않고 경영개입 행사 목적이 아닐 경우엔 면제한다. 독일은 3%, 5% 등 특정 구간을 넘으면 4일 이내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유럽연합 차원에선 5% 룰을 권고하고 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은 소유가 많이 분산된 국가여서 지분율을 낮게 해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독일은 이해관계자모델이어서 환경이 다르다”며 “유럽도 국가별로 차이가 커서 3% 적용 국가는 몇곳이 안되고, 5%라 하더라도 우리보다 보고기한이 긴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은 경영 영향이라는 불명확한 개념보다는 실제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느냐 여부로 공시 강도를 구분하고 있는데 이것이 글로벌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금융위원회의 ‘5% 룰’ 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시키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모든 주주활동이 경영권을 무력화시키나

우리나라 5% 룰은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편에 속하는데, ‘경영권 영향 목적’의 범위가 넓고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배당을 늘려달라는 주주의 기본적 권리까지 여기에 포함돼 있어 기관투자자들이 불만을 토로해왔다.

경총은 ”이번에 ‘경영권 영향 목적’에서 제외되는 주주활동 전부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라며 “기업의 경영방어권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쪽은 “정관변경은 공적연기금 등 한정된 투자자가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라 보편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경영권 영향 목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며, 특정 기업이나 임원 선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지금처럼 ‘경영 참여’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사항은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공시의무가 완화되나

현행 상법은 이사해임청구권과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을 주주권으로 보장한다. 이사해임청구권은 이사가 법령·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을 저질렀으나 주총에서 해임이 부결될 때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은 이사가 법령·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이사에게 그 행위를 중지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경총은 두 사안의 경우 ‘경영권 영향 목적’ 항목에서 제외되는 등 규제가 완화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위 해석 등을 살펴본 결과 지금까지 이 두 사안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는 약식보고(단순투자) 사항으로 분류돼왔다. 경총의 주장과 달리, 이번 개정안으로 두 사안은 오히려 ‘일반투자’로 공시의무가 강화된다.

상위법 위임 범위 넘었나

경총은 “개정안은 임원의 해임, 정관의 변경 등을 경영개입으로 규정한 상위법의 위임 한계를 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 147조 1항은 5% 룰을 규정하면서 ‘그 보유 목적이 발행인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것이 아닌 경우와 전문투자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의 경우에는 그 보고내용 및 보고시기 등을 대통령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경영권 영향’ 항목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독립성 상실했나

경총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취약하다”며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기업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기업 길들이기’의 길을 확대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처럼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정부는 현재 기금운용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작업을 진행중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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