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4 09:01
수정 : 2019.11.14 09:46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에서 소개하는 ‘2019년 지역축제 개최계획’을 보면,
올해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계획된 축제는 884개에 이른다. 이 중 10월에 열리는 것이 211개(여러 달에 걸쳐 열리는 행사는 제외)로 전체 4분의 1에 가까운 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까지 농경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이 땅에서 곡식과 과실이 익는 가을은 연중 가장 풍성한 계절이었다. 게다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 잔치 열기에 좋았으니 지금도 10월 축제가 가장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0월12일 전북 전주를 다녀왔다. 한옥마을 곳곳에서 물결처럼 밀려다니는 각양각색 한복, 궁중의상, 교복, 복고풍 경성 옷차림 행렬이 장관이었다. 그날은 마침 한옥마을 향교 일대에서 열리는 전주비빔밥축제 마지막 날이었다. 한벽문화관 놀이마당에 이르자 어른 20명이 빙 둘러설 수 있을 만큼 큰 대형 비빔밥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놀부 마누라가 손에 쥐고 있었다면 흥부 얼굴 전체를 덮을 만한 큰 주걱을 든 사람이 도열해 있었다. 전주비빔밥축제 행사의 하나인 ‘대형비빔밥 찍고! 먹고!’가 열리는 참이었다. 외국인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주최 쪽에 따르면 외신기자클럽 취재진과 더불어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인 멕시코의 엔세나다, 중국 순더, 미국 샌안토니오 등에서 온 셰프도 대거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외국 손님 외에 전주 음식명인, 미리 신청해서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잡은 일반인 28가족 등 100여 명이 차례차례 이 대형 비빔밥그릇 앞에 섰다. 행사 이름에 ‘찍고!’가 들어간 이유를 알겠다. 밥과 콩나물, 시금치, 더덕, 고사리, 표고, 고추장, 황포묵, 고기, 은행, 잣, 참깨 등 20여 개 재료가 들어간 비빔밥은 1천 명분이다. 이 행사를 찍고, 찍히고, 구경한 사람에게 모두 골고루 비빔밥이 돌아갔다. 찍고 먹어서 기억에 맛을 남겼다.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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