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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불법 논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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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거리에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차량과 택시가 나란히 거리를 달리고 있다. 2019년 10월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자회사인 VCNC 박재욱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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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타다’를 기소했다. 2019년 2월 택시업계는 타다를 불법 택시라며 고발했고, 검찰은 8개월 만에 타다를 불법 택시로 판단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면허 없이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주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렌터카로 유상운송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타다가 렌터카를 이용한 유상운송으로 보고 현행법 위반이라며 소를 제기했다. 타다 노동형태를 불법파견으로 봤다. 타다는 개인사업자를 렌터카에 알선해주는 서비스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타다가 운전자를 지휘·감독하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입을 모아 검찰을 비판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1년 가까이 택시업계와 스타트업 기업과 두루 논의해 법안을 제출했고 곧 법안 심사 소위가 열린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사법적으로 접근한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차량공유 경제 문제를 풀어보려다 결정적 모멘텀을 제대로 갖지 못해 자책하던 마당에 검찰 기소 소식을 접하니 당황스럽다”고 적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검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검찰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고발이 들어와서 수사했고 기소하기 전에 관계 부처에 질의했는데 회신이 없어 절차에 따라 기소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으니 법과 원칙대로 기소했다는 행간을 담고 있다. 검찰과 행정부 논쟁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서 비롯된 청와대와 검찰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기존 법제도를 우회하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두고 사법부가 나서 법적 위치를 정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다. 유럽 사법재판소는 스스로 플랫폼 사업자라고 주장하는 우버를 ‘운수업자’로 규정했다. 우버 운전자가 노동자인지를 놓고는 영국 법원은 노동자라고, 프랑스와 미국 법원은 자영업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에서도 검찰은 2014년 우버코리아와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대표를 기소했고, 법원은 2017년과 2018년 우버코리아와 캘러닉 대표에게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없지만 각국 상황에 맞게 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타다가 불법이냐 아니냐로 모였다. 타다가 서비스를 시작한 법적 근거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시행령이다. 타다는 택시가 아니라 렌터카를 분 단위로 빌려주며 시행령에 근거해 기사를 알선해준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타다가 불법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11인승 이상 차에 기사 알선을 허용한 시행령은 여러 사람이 타는 경우를 상정하는 입법 취지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시행령 개정으로 ‘6인 이상 탑승한’ 11인승 이상 승합차 등으로 문구를 수정해 취지를 명확히 해주면 타다는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다. 타다가 지금껏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합법이어서가 아니라 제도권 밖에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 논의 중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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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1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 등이 ‘타다’의 운전기사 파견 행위에 대한 노동청의 법적 규명과 행정처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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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제도 개편안
2018년 12월 택시기사 최아무개씨는 국회 앞에서 카풀 반대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였다. 반대편에선 리모택시·풀러스·럭시 등 차량공유 서비스를 해보겠다는 혁신 기업이 규제 개선을 외치다가 좌절해야만 했다. 자살과 폐업이라는 극단적 대립에 정부와 업계는 2019년 치열하게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3·7 사회적 대타협과 7·17 택시제도 개편안을 만들었다.
개편안은 기존 택시면허 제도를 근간으로 하되, 혁신 기업이 택시시장에 진출해 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유상운송 면허 자체를 없애 일반 차량도 공유 서비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새롭고 혁신적인 플랫폼 택시가 나올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택시는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힘들다. 지금까지 택시는 손님이 길에서 기다리다가 우연히 탑승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런 방식은 택시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손님이 다시 그 택시를 이용할 수 없기에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유인이 적다. 이용자 역시 특정 택시 기사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다고 해도 다시 택시를 이용할 때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택시를 타야 한다. 심지어 웃돈을 내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더 낼 수도 없다. 대다수 택시기사는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몇몇 불친절한 택시기사 행동이 전체 택시업계 이미지를 망가뜨린다. 택시는 하향 평준화의 굴레에 갇혀 있다.
타다는 다르다. 타다라는 브랜드가 손님에게 먼저 말 걸지 말기, 차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말기, 급출발·급정거하지 말기 등 서비스 품질을 ‘관리’한다. 이용자는 타다를 불렀을 때 택시 이상의 서비스를 기대하고, 호출해 ‘재구매’를 할 수 있다. 관리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니 소비자는 만족한다. 만족한 소비자가 재구매로 기업 매출을 올려준다. 소비자도 만족하고 기업도 매출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다.
서비스 품질을 관리할 회사가 있고, 이런 택시를 특정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있어 가능한 모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 조건은 요금, 외관, 노동자 권리 준수 등 택시 규제가 타다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와 택시업계, 모빌리티업계가 함께 논의하는 개편안에는 택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안이 담겨 있다. 우선 브랜드, 프랜차이즈 택시 구상이 있다. 낯선 국가에서 어떤 식당에 가야 할지 모르면 맥도널드를 가라는 속설이 있다. 전세계 어느 맥도널드 매장이든 본사 관리에 따라 일정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브랜드 전략은 택시에도 적용된다. 브랜드 택시 사업자는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하거나 기존 택시 사업자 가맹을 받아 일정 기준으로 품질을 관리한다.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는 브랜드 사업자가 제시하는 디자인에 맞춰 내·외관을 꾸미고 기사는 교육받고 실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브랜드 택시를 준비하는 카카오, KST모빌리티 등은 마인드, 용모, 복장뿐 아니라 응급처치 교육 등 택시기사가 갖춰야 할 자세를 꼼꼼하게 교육하고 소비자 만족도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브랜드 택시가 나오면 지금까지와 다른 운송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택시는 이동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브랜드 택시는 이동 목적에 따라 서비스를 새로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에 가는 택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택시기사가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에 가서 등록하고 진료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지금은 택시기사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브랜드 본사에서 기사에게 환자 돌봄 교육을 하고 모바일 앱으로 예약하도록 하면 이런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추가 서비스를 하는 만큼 요금 규제도 풀려야 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방과 후 학원 이동 도우미 등 이동 목적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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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14년 우버코리아를 기소했고, 법원은 2017년 우버코리아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2017년 9월21일 브룩스 엔트위슬 우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사업책임자가 서울 중구 스페이스라온에서 열린 우버코리아 출퇴근용 카풀 서비스 ‘우버쉐어’ 서울 출시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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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택시와 플랫폼 택시
브랜드 택시가 기존 택시들이 가맹하는 형식이라면, 택시 면허를 사지 않고 차량 호출 서비스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운송사업자 모델도 있다. 택시 면허를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플랫폼 운수 사업자 모델은 정부가 새로운 한정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기존 택시 면허를 사는 대신 한정 면허에 대한 기여금을 운행 대수, 운행 횟수에 따라 낸다.
기여금은 정부가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해 감차를 하거나, 택시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새 산업으로 돈을 버는 신규 사업자가, 그로 인해 축소되는 택시 기사를 지원하는 상생모델이다. 7·17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은 새 택시 플랫폼 사업자가 사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기존 택시 사업자와 상생하며, 이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들어졌다.
7월 택시 제도 개편안이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브랜드 택시와 플랫폼 택시가 도로를 누비지 못하는 이유는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합의안은 나왔지만 세부 사안을 확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플랫폼 택시 면허를 몇 개나 발급할지, 기여금은 얼마나 어떤 형식으로 정할지 등이 큰 과제다. 너무 많이 발급하면 안 그래도 포화상태인 택시시장 공급과잉이 더 심해지고, 너무 적게 발급하면 원활하게 영업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에서 ‘900+@’를 예시로 들었다. 반면 타다는 1만 대 증차를 하겠다고 맞서 면허 발급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업 구역을 현재 택시처럼 지역별로 할지 전국 영업을 허용할지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택시는 지방자치단체별 면허가 발급되고, 영업이 잘되는 지역 택시 면허는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3배나 비싸다. 플랫폼 택시의 전국 영업을 허용할 경우 해당 지역 택시 기사는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초기에 정착하고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는 전국 단위 운영이 필요하다. 장한별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과수요가 있는 곳에 대응해 자유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국을 사업 구역으로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택시처럼 차고지를 의무적으로 가지도록 할지, 직접 차량을 구매하지 않는 렌터카 영업을 허용할지를 두고서도 논의도 필요하다. 장한별 부연구위원은 “장기 렌터카는 등록한 차고지가 있고 이용 계약에 차고지 운영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어 장기 렌터카를 허용할 경우 차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안마다 택시업계와 형평성을 고려해 혁신 사업자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것 역시 난제다. 어쨌든 혁신과 상생이라는 목표를 향해 택시와 스타트업 업계, 정부가 싸우고 화해하며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사법부는 과거를, 입법부는 미래를 다룬다는 말이 있다. 검찰이 기소했다고 해서 힘들게 접점을 찾아가는 차량공유 서비스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입법부가 해야 할 미래 논의를 사법부에 맡길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완성에 가까운 수준까지 완료됐다. 힘들게 이룬 합의를 토대로 세부안을 만들어 실제 도로 위에 소비자와 혁신 사업자 모두 만족하는 플랫폼 택시가 달리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과제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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