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8 11:22
수정 : 2019.12.08 11:37
현대경제연, 경기회복 뚜렷한 신호 없어
‘친디아 리스크’로 수출 회복 장담 못해
예산 조기집행하고 대량실업 차단해야
한국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4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그동안의 장기 침체로 경기 반등의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친디아(중국+인도) 리스크 등 하방 요인들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을 저점으로 상승 중이지만 속도가 너무 완만해 현재의 국면이 ‘경기 회복’인지 ‘경기 반등’에 그칠 것인지 식별하기는 이르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경기 회복의 뚜렷한 신호가 포착되지 않아 본격적인 회복과 기술적 반등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한국 경제는 2013년 1분기에서 2015년 2분기까지 2년 반 동안 더블딥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더블딥은 소비심리 악화, 중국 등 세계경제의 성장력 약화에 따른 설비투자와 수출 침체 등 안팎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한국경제의 향방은 친디아 리스크, 국내 재정정책의 실효성과 투자회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봤다. 내년 중국과 인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신흥국 비중이 높은 국내 수출의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악화해 전년 동기대비 6.0%로 하락했고, 인도의 3분기 성장률은 소비와 투자 침체로 4.5%로 급락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경기 진작에 실효성을 가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연구원은 봤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513조5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안팎 수준으로 급증하지만, 여전히 성장보다는 복지 중심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민간부문 경기부양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인 투자도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경기 회복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의 과도한 침체에 따른 기술적 반등 수준(유지·보수 투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했다.
연구원은 경기하방 리스크 속에서 더블딥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올해 예산 불용액을 최소화하고 내년 예산의 상반기 조기 집행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재발될 경우에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 일자리 확대는 지속할 필요가 있지만 철강, 자동차 등 민간부문의 일부 산업에서 구조적 불황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대량실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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