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9 09:00
수정 : 2019.12.09 09:34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위대한 투자의 거장들> 시리즈
롤프 모리엔·하인츠 빙켈라우 지음/ 강영옥 옮김/ 다산북스 펴냄
전무후무한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 지주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수장, ‘오마하의 현인’, ‘금세기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을 수식하는 말은 실로 화려하다. 그런 인물답게 버핏에 대해 쓴 책도 무수히 많다. 그가 만든 포트폴리오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책,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서한’을 해설하는 책….
이처럼 수십 권에 이르는 책이 있지만 다시 버핏 책을 선보이는 건, 그의 ‘일생’을 다룬 책은 없기 때문이다. 버핏이 투자한 기업만 살펴본다고 그의 전략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배우기 쉬웠다면
그가 ‘투자의 현인’이라는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던 때 ‘투자가의 삶과 철학을 한번에 만나본다’는 콘셉트의 <위대한 투자의 거장들> 시리즈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이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 1부에서는 투자가 일생을, 2부에서는 전략과 철학을 소개한다. 1권을 보면 버핏은 유년시절부터 도매가로 산 코카콜라를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소매가로 팔아 수익을 올린 ‘타고난 사업가’였다. 이때 그는 ‘25센트를 투자해 30센트 매출을 올린다’는 원칙을 노트에 써놓았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도 마진율을 계산해 이를 지킨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고 핀볼머신을 사서 이발소에 설치한 뒤 거기에서 생기는 수입을 이발사와 나누고, 친구와 함께 골프장 이곳저곳에 떨어진 골프공을 주워 되파는 사업 수완을 차근차근 키워나갔다.
주식 투자에 관심 갖게 된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를 읽은 것을 계기로 컬럼비아대학원에 입학해 그레이엄에게 투자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때 인연으로 졸업 뒤 그와 월스트리트에서 함께 일하며 가치투자자로 성장한다.
투자하는 족족 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버핏도 시련을 겪는다. 주유소 사업으로 큰돈을 날리기도 하고, 인수한 기업에 파격적인 정리해고를 감행했다가 큰 비난을 사며 기껏 쌓아놓은 평판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심지어 믿어 의심치 않던 스승 그레이엄의 전략을 이용하고도 큰 위기를 마주해 고민에 빠지니, 버핏의 젊은 시절은 흔히 알려진 것보다 굴곡이 있었던 듯하다. 물론 이 모든 위기를 극복했기에 버핏은 현재 자리에 올라 있다. 동업자 찰리 멍거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여 ‘보완형 가치투자’ 전략을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투자가들 일생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내 자연스럽게 투자가의 철학과 전략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실수가 뼈아픈 실패로 다가오는 장면을 보면 절로 안타까워지는 반면, 투자 열풍이 불 때는 조용히 관망하다가 거품이 꺼지자 행동에 나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버핏 성공기를 읽으면 짜릿하기까지 하다. 물론 2부에서는 복잡한 투자 용어도 나오지만, 이들 일생을 찬찬히 읽어나가기만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공부하듯 줄을 그어가며 읽을 필요는 없다.
<위대한 투자의 거장들> 시리즈는 워런 버핏에서 벤저민 그레이엄, 찰리 멍거로 이어진다. 이들은 든든한 동업자이자 서로에게 멘토와 멘티였던 관계다. 전략은 얼핏 비슷해 보일지 모르나, 투자를 대하는 자세와 신념은 제각각이다. 검소하고 묵묵한 버핏, 날카로운 분석가이자 풍류가였던 그레이엄, 버핏과 달리 언제나 과감하고 배짱 두둑한 멍거 일생을 비교하며 살펴보는 점도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여기에 밸류리더스 신진오 회장이 각 투자가를 소개하는 가슴 따뜻한 추천 서문도 책 앞에 수록됐다. ‘국내 가치투자의 거장이 말하는 위대한 투자가’는 한국 독자에게 유의미하게 다가갈 것이다.
편집자 시선에서 보면 책 외관도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투자가들 책은 왜 항상 베개처럼 두껍고 고전적인 디자인이어야 하는가? 투자가마다 다른 파스텔톤 색으로 곱게 무장한 양장 제본 책은 가히 ‘클래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귀띔하자면 다른 투자가를 다룬 책도 이어서 나올 예정이니, 책장 한쪽을 ‘투자가를 위한 칸’으로 비워두는 것도 좋겠다.
투자 전략에만 천착해서는 그들의 복잡한 성공 비결을 모두 배울 수 없다. 이들이 단순히 ‘성공한 투자자’를 넘어 ‘위대한 투자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투자가의 전략과 함께 그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까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매일 요동치는 주가를 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든 투자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문주연 다산북스 편집자
yewtree1223@dasanbooks.com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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