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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09:00 수정 : 2019.12.13 09:21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가 한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손글씨쓰기대회’ 수상작들이 걸려 있었다. 대단한 악필인 나는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심이 들었고 시간을 들여 구경했다. 손글씨도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구나! 석봉, 추사 선생이 떠올랐는데 순식간에 글 내용과 글씨 자체와 도구 관계로 생각이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에는 그가 썼던 카메라도 전시돼 있다. 쿠바 아바나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엔 헤밍웨이가 썼던 타이프라이터가 벽에 걸려 있다. 전북 군산 채만식 문학관에는 원고와 함께 연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니나 다를까, 손글씨 수상작 전시장 한쪽에 수상자들이 사용한 필기도구 브랜드와 실물까지 전시돼 있었다. 연필, 볼펜, 샤프, 만년필, 플러스펜까지 다양한 걸 보니 그저 자신에게 맞는 것이 가장 좋은 도구인 모양이다. 사진을 강의하면서 자주 사진전을 보러 갔다. 일행은 나에게 묻는다. “이거, 무슨 카메라로 찍었을까요?”

손글씨쓰기대회는 책에서 감명받은 문장을 골라 손글씨로 적는 대회다. 그래서 응모자들이 빈번하게 인용한 책도 진열됐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언어의 온도> <어린 왕자>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과 함께 <나태주 시집>도 있었다.

대학 보도사진 수업에서 기말시험 주제를 ‘손’으로 한 적이 있는데 한 팀이 ‘손글씨’를 주제로 잡았다. 손글씨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초등학생 방학일기, 수능 시험장 앞에서 후배들이 든 손팻말, ‘내 꿈은 국가대표’라고 운동화에 적힌 글씨….

전남 여수에서 집배원 일을 하는 지인이 내게 그랬다. 손으로 쓴 편지는 주소가 조금 틀려도 반드시 배달한다고.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타박할 일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대부분 SNS로 보낸다. 가만 보니 누구든지 소원쪽지는 반드시 손으로 쓸 것 같다. 2019년 1월1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구구소란도’ 기획전을 찾은 관광객들이 정성껏 쓴 소원쪽지를 달았다.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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