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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3 04:59 수정 : 2019.12.23 09:07

【더 나은 사회】
정책기획위 ‘미래비전 2045’ 내놔
광복 100년에 이르는 미래상 제시
4대 가치 기반의 혁신적 포용국가
“국민 삶에도 새로운 광복이 되길”

2045년은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지난 74년 사이 대한민국은 지구촌 최빈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불평등 심화 등 국내외적 위기요소 앞에 위태롭게 한발 한발 내딛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최근 2045년을 염두에 둔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이하 미래비전)를 내놨다. 미래비전은 포용과 혁신, 공정과 평화의 4대 가치에 기반을 둔 ‘혁신적 포용국가’를 우리가 지향할 국가 유형으로 제시했다. 미래비전 발표 뒤 퇴임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1945년이 식민지배에서 광복이었듯이 2045년이 삶과 생활에서 국민이 새로운 광복을 맞이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래비전 작성을 주도한 이태수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정책연구단장(꽃동네대학교 교수)과 김현철 특별위원(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서울대 교수)이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의 사회로 대담을 했다. 대담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했다.

이태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정책연구단장(왼쪽부터),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김현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특별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를 주제로 좌담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회 해방 100년이 되는 해를 착점으로 한 미래비전을 내게 된 계기는?

김현철 얼마전 까지 청와대에 근무해 흐름을 좀 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창하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걸었다. 대전환이다 보니 경제정책만으로 완결되지 않고 사회정책과 통합이 되어야 해 이런 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 포용국가 전략을 냈다. 이제 이를 국가 비전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남았다. 경제와 사회를 정치 및 환경 부문과 통합해 이번에 국가론으로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제시한 것이다.

사회 방대한 보고서의 요점을 짧게 요약한다면?

이태수 미래의 격변과 도전을 볼 때 개발국가나 신자유주의 시장국가의 패러다임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혁신과 포용, 공정과 평화가 한국 사회 전반을 새롭게 하고 정치, 경제, 사회까지 완전히 재구조화하는 큰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그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사회 경제분야는 균형경제, 일자리경제, 산업 및 기술 혁신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패러다임과 어떻게 다른가?

김현철 과거를 돌아보면 영광의 역사였다. 수출도 잘했고 대기업도 성장했다. 하지만 불평등을 양산했다. 국민들은 미-중 패권 경쟁 아래 수출이 줄어들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자 어찌해야 하는지 불안해하고 있다. 미래비전의 메시지는 불균형하게 방치해놓은 내수나 서비스, 중소기업, 벤처를 살려 균형점을 다시 회복하자는 것이다. 균형점을 회복하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플랫폼 노동자도 사회보험 누리게

사회 사회부문 전략에서 누구나 기본생활을 누리는 소득기반의 사회보험 체계로 전환하자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태수 기술혁명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 큰 이익을 누리는 이면에서는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무소속 노동 등 비정형 노동으로 소득이 불안정하게 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지금은 고용 위치에 따라 보험료의 수준이나 방식, 적용 유무가 결정되는 고용기반의 사회보험인데, (비정형 노동인구가 늘면서) 이를 땜질식으로 보완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 이를 노동하는 모든 인구가 소득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필요시 급여를 받는 식으로 바꾸자는 것이 소득기반의 사회보험 체계이다. 가족이나 가구가 아닌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결정되며, 출산, 가사노동, ‘공유부’(commons) 생산 등 사회적 기여를 크레딧 형태로 노동소득과 함께 적극 인정하고, 이를 근거로 사회수당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미래 사회에 적합한 원리라 본다. 상당한 재정이 필요한데 빅데이터 등에서 만들어지는 공유부에 과세하고 분배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회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으로 가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태수 이 작업을 하면서 기본소득 논의를 해봤는데 개념이나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많았다. 기본소득으로 가는 것은 소득기반 사회보장 체계보다 더 혁명적인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미래비전에서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적인 소득보장을 담았다. 개인의 생애주기별 지출 필요에 근거해 촘촘한 사회수당을 배치하고, 사고나 재해 등 재난적 지출에 공공부조가 대응하며, 생산가능인구에게도 생애안식년 수당 등을 지급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사회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공공사회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 포용적 복지국가를 완성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국내총생산(GDP)의 11.1% 선인 공공사회지출을 24~26%로 올리자고 제안했는데, 이는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의 2045년 추계치(23.2%)보다 높은 것이다. 그 배경을 설명해달라.

이태수 사회보장위원회의 추정을 보면 현재 제도하에서 사회보험제도의 성숙과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2045년에 사회지출은 중복지 수준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 증가의 대부분은 사회보험 지출 증가이고 일반재정의 증가폭은 0.9%포인트에 그쳤다. 총지출 중 사회보험의 비중이 80% 가까이(78.2%) 올라가는 이런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일반재정의 0.5~1%포인트를 사회보험에 투여하는 등 세금으로 투입하는 일반재정이 사회보장위 안보다 4~5%포인트 더 들어가는 것으로 이번에 설계했다. 그만큼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높아지겠지만,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다.

혁신적 포용국가 4대 전략의 추진 체계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

3단계 증세 로드맵 담아

사회 미래비전에 따른 막대한 재정수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의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를 인상한다는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또 이런 일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텐데 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이태수 재원 문제는 민감하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내놓은 장기국가발전계획인 ‘비전 2030’에 대한 비판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 미래비전도 세부적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큰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전략과 과제를 짚는 것이어서 재원을 미리 구체적으로 집계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해도 증세는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게 중요해 그를 위한 로드맵을 세 단계로 설계했다. 먼저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확대하는 등 조세정의를 확립하고, 둘째는 국민이 복지를 누리면서 신뢰가 높아지는 걸 전제로 사회보험 기여금을 늘리며, 마지막으로 소비세 등 간접세를 통해 폭넓은 재원을 만드는 것이다.

김현철 재원은 거시적 상황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2045년 경제성장률은 그냥 두면 연 0.6%로 떨어지는데 구조 전환 노력을 해서 성공하면 연 1.9%까지 성장도 가능하다. 이런 거시적 흐름 속에서 국민소득의 변화와 복합적으로 봐야 재원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사회 포용적 사회정책을 통해 개인의 인적 역량과 고용 가능성을 각각의 생애주기마다 높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를 부연해달라.

이태수 미래 사회 키워드로 전문가들이 많이 꼽는 것이 ‘역량’이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기술이나 가치관 등에 빠른 변화가 오는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 사회적 역량, 국가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전 연령에 걸쳐 개인의 숙련과 역량이 상향 이동해 결국 고용 가능성까지 높아지는 것을 비전에 담았다. 이때 미래의 고용은 꼭 경제적 소득 창출과 연결된 고용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인 노동을 포함해 폭넓게는 ‘일’에 주목했다.

김현철 인적 역량 강화는 교육정책이자 사회정책이다. 또한 경제정책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선도사회로 가는 데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사회정책은 혁신의 원천이다. 국민 개개인의 재교육이나 평생교육, 창의적 교육 등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사회정책을 강화하면 혁신의 기반이 되어 경제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사회 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이태수 사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연구과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평생학습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대학의 역량을 키우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향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러번 가도 되는 대학, 여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대학 등 대학의 역할과 상을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과 학습이 순환하는 속에서 대학이 재직자의 숙련 수준 제고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은 한국형 커뮤니티칼리지로 전환해서 지역 주민의 평생학습과 직업훈련을 담당하게 된다. 아울러 평생학습을 위해 국민 학습 안식년제도 조심스레 제안해봤다.

사회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를 지속가능한 환경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서구에서는 새로운 일자리, 모빌리티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그린뉴딜’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런 종합적인 패키지를 제시할 수는 없었나?

이태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정책연구단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현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특별위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분단을 극복한 새로운 한반도 체제 및 교량국가 제시

이태수 이전 보고서와 달리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환경을 정치·경제·사회와 대등한 축으로 설정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용에서 좀 더 과감한 정책이 제시됐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사회가 경제정책에서 사회정책을 끌어안는 것도 힘든데 환경까지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선진국은 탈석탄이나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하기도 하는데 이 보고서에 그걸 담는 것은 너무 앞서간다고 판단했다. 분명한 것은 환경산업이 제조업을 이야기할 때 명운을 걸어야 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라 언급하고 있다. 자연스레 일자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김현철 대전환의 발목을 잡는 것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간 초고속 성장을 했는데 경제성장률 하락이 가파르다. 고도성장을 한 국민들 눈에는 환경보다는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양적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면 질적 성장에 대한 관심이 열릴 것이다. 그러면 환경과 관련한 과감한 대전환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사회 하나된 코리아 건설을 중심으로 한 신한반도체제 및 교량국가구축을 분단극복 방안 및 새로운 대외정책으로 제시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김현철 미래비전을 짜면서 우리는 사회경제, 환경, 정치까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종합적으로 봤다. 이 때 이 틀을 흔들 수 있는 요소가 한반도 상황이다. 세가지를 고려했다.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느냐이다. 이 것이 진전될 경우 동북아 힘의 균형관계가 바뀐다, 그 다음은 우리 국민의 인식이 주변 4강에 고착화되어 있어 2045년까지 더 넓은 세계관을 갖자는 것이다. 핵심 정책과제로 우선 남북한 평화정착으로 하나의 코리아를 건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평화 및 경제공동체를 구축해 가자는 것이다. 이후 주변 4강의 이해를 완충 조절해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교량국가, 신남방과 신북방정책을 통해 아세안 및 북방국가 전체로 확장해 가는 교량국가의 길을 제시했다.

당파 초월해 미래비전 진화시켜가야

사회 많은 제안을 하지만 일단 정부에 권고하는 성격의 보고서다. 정책화 등의 후속 조처는?

김현철 완결판이라기보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 본다. 국민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므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질문에 답해가야 한다.

이태수 정부에 미래연구원 같은 곳을 두어 계속 수정 보완해야 하고, 국회에서도 이 보고서를 근간으로 당파를 넘어 5년 주기로 계속 만들어가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사회 오랜 시간 토론 감사하다.

정리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1인당 소득 6만달러의 노르딕형 포용국가로

【미래비전 2045 어떤 내용 담았나】

이번에 발표된 미래비전은 지난해 9월 열린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앞으로 포용이 우리 정부의 중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며 “포용국가를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조속히 만들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립됐다. 이후 정책기획위원회와 국정과제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에서 170명 가까운 연구원이 참여해 로드맵을 마련했다. 애초 미래비전 2040으로 추진했으나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광복 100주년인 2045년으로 확대했다.

미래비전은 혁신적 포용국가를 달성하는 방안으로 △안정되고 품격있는 삶 △성장동력 확보 △협치와 분권의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환경 등 4대 전략과 각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22대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4대 전략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나 별도의 다섯번째 전략으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대외부문의 전략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미래비전 보고서는 현재 대한민국이 분배, 성장, 정치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정치, 경제, 사회의 기존 틀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 미래를 만들지를 선택할 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평화와 공정의 기반 위에서 혁신과 포용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뤄낼 경우 보편적 복지와 창의적 학습사회를 이루고 행복도가 높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노르딕 국가와 같은 혁신적 포용국가군에 진입할 수 있으리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달러에 이르고, 특히 통일이 이뤄져 평화경제가 달성된다면 1인당 지디피 7만달러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미래비전의 전망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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