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하긴 한데…”환율방어 비용 쌓여
적정선 논란속 운용 수익성 모색 과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처음으로 2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17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 15일 현재 전달보다 5억5천만달러가 늘어난 2002억49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97년 11월 말 72억6천만달러까지 줄었던 것에 견주면 28배 가량으로 늘어난 규모다.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천억 달러를 넘은 데 이어, 2003년 11월에 1500억 달러대로 올라섰다. 특히 지난 해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방어하려고 시장에서 적극 달러를 사들인 탓에 한해 동안 437억 달러가 증가해 연간 증가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일본(8410억 달러), 중국 6099억 달러(12월말), 대만 2427억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다. ■ 외환보유액 적정선 논란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그 나라의 대외지급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국가 신인도와 직결되며, 많이 쌓아둘수록 투기세력의 공격으로부터 방어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고민이 생겼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이 미국 달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고, 이에 따라 늘어난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했는데, 2004년 말 현재 그 규모(잔액 기준)가 143조 원에 이르러 여기에 지급하는 이자만 연간 5조 원에 이른다. 반면 보유 달러화는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하고 낮은 이자를 감수하고 대부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달러로 돈은 별로 못 벌고 보유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달러를 어느 정도 보유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은 각 나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경상수입 3개월분과 단기외채의 합계로 따진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1200억~1500억 달러 정도라는 의견이 많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적정 수준을 1500억 달러로 언급하기도 했다. ■ “달러 운용이 더 문제”=급격한 달러화 비중 축소는 달러가치 하락세를 가속시켜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유 외화를 유로화나 엔화 등으로 전환하는 데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당장 관심은 쌓아둔 외화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재정경제부는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려고 자본금 1조 원 규모로 싱가포르 투자청과 유사한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외환 관리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내심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고, 일부 야당에서도 “돈을 번다는 명분으로 관치의 주체를 마련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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