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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5배 급성장
외국계 은행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사상 처음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시장점유율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외국계 은행의 총자산은 270조원으로 국내 은행의 총자산(1240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7년말 4.2%(총자산 34조원)에 견줘 7년 만에 5배로 급성장한 것이다. 외국계 은행은, 최대 주주가 외국인이고 외국인 이사 수가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를 상회하는 등 외국인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제일, 외환, 한국씨티 등 3개 은행과, 국내에 지점을 두고 있는 38개 외국은행 등 41개 은행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일, 외환, 한국씨티 등 3개 은행의 총자산은 181조원으로 시장점유율은 14.6%였으며, 나머지 38개 은행 50개 지점의 총자산은 89조원으로 점유율은 7.2%였다. 또 지난 10월 말 현재 외국계 은행의 예수금과 대출금 점유율은 각각 17.3%와 15.0%로 집계됐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양현근 금감원 은행감독국 경영분석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전략 등에 따라 제일, 외환, 한미은행 등 토착은행을 외국계 자본이 인수하고, 씨티나 홍콩상하이은행 등의 국내 지점이 소매금융에 치중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다”면서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지 않는 이상 외국계 은행의 국내시장 잠식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그동안 대도시에 소수의 영업점을 두고 직장인과 금융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제한적 영업을 해왔으나,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단번에 영업망을 갖췄듯이 올해는 다른 대형 외국계 은행들도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잇따라 덩치를 키울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외국계 대형 은행들은 종래는 국내 틈새시장에 주력하면서 조용히 영업을 해왔지만 점유율 상승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며 “이들은 전세계에 뻗어있는 광범위한 금융네트워크를 통해 자금을 싸게 조달하고 국내와 연계한 각종 금융서비스와 상품으로 개인 고객층은 물론 기업까지도 한꺼번에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적인 파괴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h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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