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5 17:33
수정 : 2019.09.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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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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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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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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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잘 알고 있는 것처럼 1992년 클린턴 대통령이 사용했던 선거 캠페인 문구다. 선거에서 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많이 쓰인다. 여기까지 알면 절반만 아는 것이다. 당시 미국 경제는 나쁘지 않았다. 선거가 시작되기 4~5개월 전부터 모든 부문이 뚜렷하게 좋아지고 있었고 이렇게 시작된 경기 확장이 2000년까지 이어져 사상 최장기 호황을 기록됐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후 경제 전문가들이 얘기했었다. 선거가 두세 달만 늦게 치러졌어도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거라고. 이 구호는 사람들이 경제 상황을 얼마나 피상적으로 느끼고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지금 미국 경제는 어떤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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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좋았고 경제의 거울인 주가도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으로 가계 소비가 5개월 연속 늘어났다. 주택시장도 매매 지표가 전반적으로 괜찮다. 문제는 제조업인데 상태가 좋지 않다. 산업생산이 감소하고 자동차, 기계 등의 생산이 줄면서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다.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역시 2개월 연속 하락했고 일부 기업은 투자 계획을 줄이는 등 침체가 심해지고 있다. 제조업이 특히 약한 건 무역분쟁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소비다. 최근 미국 상류층의 소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무역분쟁으로 관세가 15%만 높아져도 미국 가구당 600달러 가까운 부담을 새로 안게 된다.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나쁘지도 생각만큼 좋지도 않다. 문제는 주가다. 주가가 너무 높아 경제가 어지간히 좋지 않는 한 현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럼 한국 경제는 어떨까?
7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2.6% 증가했다. 조업일수가 늘어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자동차 수출과 생산이 늘어난 덕분이어서 내용도 나쁘지 않다. 서비스업 생산도 6월보다 1.0% 늘었다. 대신 소비가 부진하다. 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 감소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걱정하는 만큼 나쁘지는 않다. 주가는 이미 많이 하락해 경기 둔화 영향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주가가 1900에서 추가 하락하지 않는 것도 그 덕분이다.
앞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국내 경제가 아니라 미국 경제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경우 시장이 요동을 칠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은 우리 시장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지만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과거와 다른 모습인데 시장의 핵심이 금리에서 경기로 넘어오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금은 경제를 피상적으로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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