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9 18:26
수정 : 2019.09.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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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을 방문해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원금 보장을 촉구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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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기 독일 DLF 60% 손실
투자자들 은행 몰려가 시위
초고위험 상품 판매 급증 배경
사모펀드 규제완화 원인 지목
“광고 허용 등 투자자 보호 느슨
가입 문턱도 5억→1억으로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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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을 방문해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원금 보장을 촉구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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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독일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이 19일 60%대 손실을 내며 첫 만기를 맞자 일부 지점에 피해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은행권이 손실감수 능력이 낮은 개인투자자에게 초고위험 상품을 팔면서 고객의 투자목적·재산상황·투자경험 등 적합성·적정성을 살피도록 한 자본시장법의 취지를 사실상 외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무리한 영업 행태는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규제 대폭 완화’에 나섰던 게 불씨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와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013~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면서 문제의 디엘에프가 속해 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의 금액 문턱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회에선 금액 문턱을 정부 시행령에 위임하되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5억원 이상으로 하는 것을 전제로 규제 완화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이 문턱을 정부 정책 의지에 따라 1억원으로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법령 제정과정에 참여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에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가입 문턱을 5억원 이상으로 높게 잡는 것을 전제로 규제 전반의 완화를 논의했던 게 사실”이라며 “당시 정부는 평균 1억원 이하 개인투자자들이 몰려 있던 일반사모펀드 시장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이들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로 돌리려고 했는데 국회가 이를 법에 반영해주지 않아서 제도 도입에 실패했고, 다른 활로를 찾다 보니 시행령에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가입 문턱을 1억원으로 대폭 낮추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법령 개정은 개인에겐 5억원 이상만 가입을 허용했던 헤지펀드(전문사모펀드)와 투자금액 문턱이 없던 일반사모펀드를 통합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만들되, 진입·설립·운용·판매 규제 전반은 일반사모펀드보다 훨씬 약하게 적용하는 쪽으로 확정됐다. 원래 일반사모펀드는 평균 1억원 이하를 투자하는 개인들이 많다 보니, 투자자의 재산과 투자경험 등을 살피는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투자권유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등 공모펀드와 비슷하거나 더 엄격한 판매규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통합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적합성·적정성 원칙 면제가 기본이 되고 광고를 일부 허용하는 등 투자자 보호 규제 수위를 한층 낮췄다. 다만 적합성·적정성 원칙의 ‘면제’에는 개인고객에게 이를 고지하고 고객이 희망하면 적용해주는 예외를 뒀다. 그래서 은행권은 투자권유준칙 등 내규를 통해 적합성·적정성 원칙에 따라 투자자 성향 파악을 할 의무를 부과해왔고, 투자자들은 덕분에 은행 책임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런 규제 완화가 은행 직원들이 손실감수 능력을 보지 않고 무분별한 영업을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 때 사모펀드 가입 문턱을 5억원 이상으로 유지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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