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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1 19:46 수정 : 2019.10.02 10:02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원금손실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피해자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DLF(파생결합상품) 판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감원, 중간 검사결과 발표

1133개 상품 중 8건만 내부 심의
출시 반대한 위원 바꿔 '찬성' 기록

영업점에 위험성 정보 제공 않고
안정적 투자성향 고객 유치 독려

설계~판매 전과정 총체적 부실 확인
금융정의연대 “사기죄로 수사해야”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원금손실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피해자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DLF(파생결합상품) 판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규모 손실을 낳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탐욕과 무능이 확인됐다. 은행은 상품 판매 실적은 매일 꼼꼼히 챙기면서도 내부 반대의견을 묵살한 채 상품 심의기록을 조작하고, 본점 차원에서 고위험 상품을 ‘정기예금 선호고객’에게 팔라고 독려했다.

금융감독원은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해외금리 연계 디엘에프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상품의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위험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 판매 등 총체적인 부실이 발견됐다. 지난 8월말부터 착수한 이번 검사는 판매사인 우리은행,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디엘에프에 편입된 디엘에스를 발행한 3개 증권사(IBK투자, NH투자, 하나금융투자), 5개 자산운용사(유경, KB, 교보악사, 메리츠, HDC)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5일 기준 우리·하나은행에서 판매한 디엘에프 잔액은 6723억원으로, 예상 손실률은 52.3%(3513억원)다. 문제가 된 디엘에프는 독일 국채 금리 등 주요 해외금리가 만기까지 손실 기준 이상을 유지하면 연 3∼4%의 수익을 보지만,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 전액 손실까지 볼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상품의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은행 주도적’인 정황이 포착됐다. 은행이 증권사에 상품의 수익률과 만기 등의 조건을 먼저 제시하고 상품을 만든 것으로 드러나, 자본시장법에서 판매사의 운용을 금지하는 ‘오이엠(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로 볼 여지가 커졌다. 공모 회피용으로 사모펀드 ‘쪼개기 판매’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상 ‘미래에셋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대목도 엿보였다. 은행은 내규상 고위험 상품을 출시하기 전 내부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승인을 거쳐야 한다. 우리은행은 디엘에프 380건 중 2건, 하나은행도 디엘에프 753건 중 6건만 상품위원회에 올렸다. 기초자산이 같다는 이유로 심의율이 채 1%를 넘기지 못했는데, 내부적으로 사실상 같은 상품이라는 것을 인지했던 셈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적기도 하고, 반대 의견을 낸 위원을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 의견을 받는 등 조작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일 KEB하나·우리은행 파생결합상품(DLF) 피해자모임이 서울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사기 판매를 규탄한다”고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피해자모임 제공

상품 손실 위험은 모두 투자자가 졌다. 디엘에프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 노인에게만 절반 가까이(48.4%) 팔려나갔다. 금융상품 이해도가 낮고 노후대비 우려가 큰 고령층에게 큰 피해가 돌아간다. 디엘에프 판매 등에 관여한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들은 손실 위험을 제3자에게 회피·전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고객 피해를 키우는 손실배수를 기존 200배에서 333배로 높여가며 상품을 계속 판매했다. 그 대가로 금융사는 4.93% 수준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런 이유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

불완전 판매는 은행 본점→영업점→고객 순으로 정보가 왜곡되며 발생했다. 본점이 판매 직원에게 자체 검증 없이 자산운용사 모의실험 결과를 그대로 전달했고, 손실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교육했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고객에게 ‘원금손실 확률 0%’라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는 광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하나은행 본점은 모두 ‘안정적 투자성향’, ‘정기예금 선호고객’을 주요 목표 고객층으로 삼아 영업점을 관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디엘에프 서류 전수조사만으로 확인되는 불완전 판매 비율을 20% 수준으로 판단했다. 투자자 성향 분석 때 고객이 체크한 내용과 다르게 입력하는 등 서류상 하자가 있는 경우만 이 정도여서, 향후 분쟁조정 절차에서 불완전 판매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금감원은 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고 법리 검토 등을 통해 제재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날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본점에 ‘손님 투자 분석센터’를 신설하는 등 자산 관리에 대한 은행의 정책, 제도, 프로세스를 성과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제도 개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번 디엘에프 사태는 전 과정에 걸쳐 고객에 대한 기망성이 충분했다”며 “금감원은 즉시 사기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발·수사의뢰하고 은행이 피해자에게 전액 배상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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