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8 10:00
수정 : 2019.10.08 16:57
|
<한겨레> 자료사진
|
금융위, 개인연체채권 관리개선 추진
5년 시효인 채권, 무분별 연장도 어려워져
|
<한겨레> 자료사진
|
대출을 연체한 채무자가 금융사와 개별적으로 빚 탕감 협상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를 대리할 채무조정서비스업도 도입된다. 금융사가 연체채권 소멸시효(5년)를 관행적으로 10년 더 늘리는 일도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는 8일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이런 내용의 세부사항을 확정할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TF(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티에프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분기 금융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논의는 기존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 파산 등의 공적 채무조정과 달리, 채무자와 금융사간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위 설명을 종합하면, 매해 26만~28만명이 90일 이상 대출을 연체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다. 누적된 인원은 18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신용등급은 추락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거의 할 수 없게 된다. 이들 중 매해 14만~17만명은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파산 등 공적 제도로 채무를 변제하거나 조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장기연체자로 전락하게 된다. 공적 제도로 빠지기 전, 금융사와 채무자간의 ‘사적 채무조정’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채권자인 금융사와 채무자가 개별적인 ‘딜’이 필요하다고 본 이유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공적 채무조정에 가기 전까지, 채무자는 민법상 갚아야 한다는 규율만 존재해 금융사로부터 심한 추심압박만 받아왔다”며 “채무자와 금융사가 어느 정도 대등한 관계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구체적으로 연체채무자가 금융사에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할 절차적 의무를 마련할 계획이다. 협상기간 중에는 추심을 금지하는 등의 규정도 담기게 된다. 이런 일을 채무자 편에서 대리해줄 수 있는 채무조정서비스업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퇴직한 금융사 직원 등이 채무조정 협상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또 민법상 5년인 연체채권 소멸시효를 금융사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간단히 10년 더 연장시키는 ‘기계적 관행’에도 제동을 건다.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한 뒤, 2주간 채무자가 이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는 10년 연장돼 채권은 길게는 15년 동안 살아있게 된다. 그동안 금융사 직원은 채무자가 돈을 안 갚는 게 아니라 못 갚는 것인줄 알면서도 배임 등으로 징계를 받을까봐 관행적으로 채권 연장을 해오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사가 내부적으로 채권 연장 여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사의 연체채권 처리에 대해서 ‘원칙적 연장, 예외적 소멸’을 ‘원칙적 소멸, 예외적 연장’으로 바꾸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체 30일 이후부터 대출잔액에 끝없이 이자가 붙는 이자 부과방식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채무조정 체계 개선이 금융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금융위는 오히려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순 국장은 “자율적 협상으로 적기에 채무조정이 이뤄진다면 금융사도 채권회수율을 높이고, 채무자도 재기기회가 확대돼 궁극적으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법상의 채권자와 채무자의 일반론을 적용하는 것은 선진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 외에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티에프를 운영한 뒤, 내년 1분기에 금융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기존에 대출계약과 관련된 내용만 담긴 대부업법에다가 연체 후 추심과 채무조정, 상환·소멸시효 완성 등의 개선안 내용을 추가로 담아 ‘소비자신용법’으로 법명을 바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부터 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