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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0 20:10 수정 : 2019.10.10 21:51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우리은행 외국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피해자들과 금융정의연대 관계자 등이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사기죄로 고소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환매중단 6200억 중 2천억어치 팔아
은행 “원금손실 아닌 지연” 궁색 변명

고수익 가능성만 보고 집중 판매
손실 위험 제대로 고지했나 논란
“지주사 전환하며 실적압박 컸던 듯”
‘펀드관리 구멍’ 라임엔 제재 가능성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우리은행 외국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피해자들과 금융정의연대 관계자 등이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사기죄로 고소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헤지펀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상품을 판매한 주요 금융사들도 좌불안석 처지에 놓였다. 특히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은행은 이번에 환매중단된 펀드 상품도 가장 많이 팔아,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말 잔액 기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주요 금융회사는 대신증권(9800억원), 우리은행(8808억원), 신한은행(4926억원) 등이다. 지난 7월 언론을 통해 라임의 채권 파킹거래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보면 대신증권은 1조3403억원, 우리은행은 1조139억원 규모의 펀드를 팔았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환매중단이 된 라임의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자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금융회사다. 환매가 중단된 전체 6200억원 가운데 약 200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늘(10일)부터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고객들에게 전화로 라임 펀드가 원금 손실이나 지급불능이 아니라 지연됐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의 전체 판매액 가운데 우리은행 비중은 1년 전 3.4%(7위)에서 올해 8월 말 16.4%(2위)로 급격히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환매중단된 상품과 관련된 펀드를 판매한 것은 없지만, 다른 상품까지 환매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우리은행이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디엘에프나 라임 펀드 같은 고위험 상품 판매에 치중하다가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디엘에프와 라임 모두 저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4%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자산가들에게 집중적으로 판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군다나 라임의 펀드는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해, 원금 2배 규모의 전환사채(CB) 등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수익뿐 아니라 손실도 2배가 될 수 있는데, 이런 사실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했느냐의 문제도 남아 있다.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업무 다각화라든지, 수수료 수익 확대 등에서 상당히 프레셔(압박)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조급하게 추진하다가 이런 일(디엘에프 사태)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환매중단 건은 지난 8월 진행된 금감원의 라임에 대한 검사와 별개로 향후 기관 제재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임 쪽에 펀드 자산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을 물어 영업정지 등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디엘에프에 이어 라임 환매중단 사태까지 이어지자 지난 7일 국내 15개 은행 감사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생결합상품 현황 파악을 요청하고 전반적인 내부통제를 강화해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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