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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3 21:08 수정 : 2019.10.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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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코스닥 벤처펀드’ 시행으로
자산운용사, 메자닌 경쟁적 편입

라임, 중도 환매 가능한 펀드에
환금성 낮은 사채 담아 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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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이 중도에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에 환금성이 떨어지는 사모사채를 담은 탓에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벤처코스닥 펀드’ 제도는 자산운용사들이 신용이 낮은 주식관련사채(메자닌)를 경쟁적으로 편입한 계기가 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이 지난 10일부터 환매를 중단한 펀드 6200억원 가운데 만기와 상관없이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는 약 4400억원에 이른다. 이 펀드들은 사모채권과 메자닌을 담은 모펀드 2개에 투자했다. 메자닌은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구성됐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미리 정해놓은 가격보다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모 메자닌은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우선 채권 만기가 3~5년으로 단기 환매가 잦은 개방형 상품에 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주식전환도 발행 뒤 1년~1년6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현금화하기 어렵다. 공모사채와 달리 장내 채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투자자를 접촉해 장외에서 팔아야 하는데 제값을 받기 어렵다. 사모채권 역시 유통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4월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도 사모 운용사들의 메자닌 쏠림현상을 촉발했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세제 혜택과 공모주 우선 배정권이 주어지는 코스닥 벤처펀드를 육성했다. 펀드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의 신주에 투자하도록 했는데 사모 운용사들은 신주로 인정해주는 전환사채 등에 대거 투자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코스닥 벤처펀드가 선보인 지난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메자닌 발행 금액은 3조1436억원으로 전년 하반기(1조6716억원)보다 88% 급증했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늘어날 경우 유동성 측면에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임의 유동성 문제는 지난 7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코스닥 기업 주가가 급락해 주식전환을 통한 현금화가 힘들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3분기 메자닌의 주식전환금액은 2681억원으로 전 분기(4284억원)보다 37% 급감했다. 게다가 라임이 여러 의혹에 휘말리면서 가입자들의 환매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산매각보다 환매 속도가 빨라지면서 ‘펀드런’ 조짐을 보이자 환매중단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채권 발행사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나지 않는 한 펀드의 원금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채권 만기 전에 운용사가 조기상환(풋옵션)을 청구하거나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라임은 2천억원 규모의 ‘무역금융’ 펀드에 대해서도 환매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금융 펀드는 신용장, 대출 등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펀드로 기업에 무역 결제 자금 등을 빌려주고 나중에 회수해 수익을 낸다. 라임은 지난 2017년 초부터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가 만든 무역금융 펀드에 재투자한 사모 파생결합증권(DLS)을 신한금융투자 등을 통해 판매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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