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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7 14:27 수정 : 2019.10.27 15:43

거래소 ‘투자자 보호’ 심포지엄
유럽과 홍콩 등은 판매 감소
한국은 연평균 20% 고성장세

“확률적 위험보다 실제 위험 커
과거 성과 데이터 과신 안돼
‘중위험’ 상품이라는 환상 깨야
정보 비대칭성 방치땐 위기 초래
구체적 위험지표 고객에 알려야
독립 투자자문사 통한 완전공시를“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파생결합상품 시장이 가라앉아 있지만 한국에서는 급성장하고 있어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거래소는 한국파생상품학회, 한국회계정보학회와 공동으로 25일 거래소에서 ‘장외 파생결합증권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열었다. 강병진 숭실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파생결합증권(ELS·DLS)이 ‘중위험’ 상품이라는 환상을 경계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낮아야 수익이 만들어지는데 가격이 급락하거나 극단적인 꼬리위험이 발생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해 “확률적으로 계산되는 표면적 위험보다 실제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강 교수는 파생상품이 복잡하게 설계돼 투자자들이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을 제대로 보상받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발행자와 투자자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설명서에 나오는 주요 내용만으로는 위험을 한 눈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의 추가 나열이 아니라, 투자자가 복잡한 구조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 정보도 현재의 투자 시점이 과거에 비추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파생결합증권의 가치 변화를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주요 금융자산 중 파생결합증권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 데 주목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자산 잔액 추이를 보면 2009년 21조3천억원에 불과했던 파생결합증권은 2018년 110조7천억원으로 연평균 2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연금은 11.48%, 주식·출자지분은 5.68%, 투자펀드는 6.03% 증가에 그쳤다. 강 교수는 유사시 증권업계의 자금조달이나 유동성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여신전문금융기관의 자금조달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파생결합증권 중 디엘에스는 사모발행 비중이 70~80%로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금리와 신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사모에 편중돼 있다. 강 교수는 특정 구조에 쏠려있는 파생상품의 다변화를 촉진하려면 위험 대비 수익을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투자자의 위험성향이나 상품의 특징을 문답을 통해 확인하고 설명하는 것 외에도 투자자의 실제적인 투자 행태를 파악해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산투자와 장기투자 여부를 실질적으로 확인한 뒤 이에 맞춰 판매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파생결합증권을 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매수와 매도 수요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재호 거래소 증권·파생상품연구센터 연구위원도 유난히 한국에서 파생상품 개인판매가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급성장하던 소매 파생상품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감소하는 등 세계적으로 정체 상태인데 아시아 지역에서는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홍콩(2003-2014년)은 규제 강화와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수요 이전으로 파생상품 투자가 감소한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기간 연 30%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유럽 등 해외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발행자와 판매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과거 성과에 관한 정보제공은 오해가 없어야 하며, 데이터의 한계에 대한 고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발행자와 판매자가 리스크를 추정할 때 이러한 백테스트 자료뿐만 아니라 영국처럼 스트레스 테스트나 시나리오 테스트를 통해 투자위험 요소와 정도에 대한 풍부한 자료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상품에 적합한 투자자뿐아니라 부적절한 투자자 그룹까지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다양한 구조의 파생결합증권의 위험성과 복잡성을 차별화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길 순천향대 교수와 김동원 회계사는 파생결합증권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한 채 거래가 이뤄져 시장이 와해될 우려가 있다며 “독립된 투자자문사를 통한 완전공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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