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0 05:00
수정 : 2019.10.3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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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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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3개년 로드맵 마련
상장사 재무제표 XBRL 문서 의무화
각 계정에 표준 식별코드 부여
미국선 5분만에 분석, 투자 쉽게 해
자동 DB화…빅데이터 육성 기여
회계투명성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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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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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재무제표의 중요 사항이 기재된 주석 공시를 표준화하고 기업 간 비교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3개년 로드맵을 마련했다. 주석 공시를 이렇게 개선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기반 금융산업의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주석 공시 표준화 및 글로벌 재무보고전용언어(XBRL) 적용 의무화와 관련한 외부용역 컨설팅을 완료하고 로드맵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에 주석 계정과목의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한 뒤, 기업들에 2년의 준비 기간을 부여하고 3년차인 2022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엑스비아르엘은 재무제표 각 계정과목의 수치와 항목에 표준 식별코드(태그)를 부여한 언어를 말한다. 매출, 영업이익 등의 계정과목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코드를 부여함으로써 각 기업이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비교하고 싶은 국내외 기업들을 엑셀이나 전문 프로그램을 활용해 쉽게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애플의 재무제표 주요 항목을 신속하게 비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방식(HTML 기반)은 문자의 위치와 크기 등 속성만 지정할 수 있고, 계정과목별 식별코드가 달려있지 않다. 그래서 별도의 수작업을 거쳐야만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새 방식은 자동으로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데이터 플랫폼 회사인 캘크벤치(Calcbench)는 상장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재무제표를 제출하면 다른 기업과의 비교 분석 등 자세한 분석 데이터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는 미국이 엑스비아르엘 기반 제무제표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은 이 제도를 2009년 도입했으며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상장사의 재무제표 본문에 새 재무언어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정작 세부적인 정보가 담겨 있는 주석은 의무화 대상이 아니어서 반쪽짜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본문에 대한 보충사항을 담고 있는 주석은 우발채무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등 정보가 기재돼 있어 본문과 주석을 함께 분석해야만 해당 기업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회계투명성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5조원대의 대규모 회계 분식을 저지른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부터 6년간이나 이를 은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회계 분식을 더 이른 시기에 적발을 할 수 있다. 한기원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새 방식의 강점은 여러 기업의 재무상태를 특정 시점 또는 시계열별로 동시에 비교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대우조선 같은 수주 업종의 경우 미청구 공사 비율이나 영업이익률 등을 동종 업계의 회사들과 비교하면 이상 징후가 있는 기업들을 빠르게 알아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분식 징후가 있거나 부정이 예상되는 기업들을 찾아내기 위해 엑스비아르엘 데이터를 돌려서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윤승한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지금의 전자공시시스템이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면, 새 방식은 이 정보를 쉽게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많은 투자자들이 더 쉽게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를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 빅데이터 스타트업이 활성화된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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