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4 18:15
수정 : 2019.11.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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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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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 도입 20개 상장사
올들어 주가 평균 45.2% 올라
코스닥 14곳 소기업도 7개나
회원 통한 반복적 매출에 힘입어
미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질주
국내시장에서도 기대감 반영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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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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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구독경제’ 모델의 잠재력이 국내 증시에도 분출됐다.
4일 구독경제형 모델을 사업에 도입한 20개 상장사의 주가 흐름을 보면 올해 들어 평균 4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4% 오르는데 그쳤고 코스닥 지수는 1.1% 하락했다. 미국 등에서 구독경제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이들 기업의 매출이 성장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독경제 모델이란 회원으로 가입해 매달 일정금액을 내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가운데 ‘정기 배송형’은 면도날, 이유식, 물티슈 등 반복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생활용품은 물론 집안 청소, 돌봄 서비스 등을 정해진 기간에 제공한다. 구독경제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주오라의 창립자 티엔 추오는 “(일회적) 판매가 아닌 반복적 수익을 만들기 위해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게 구독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아이폰 판매보다 앱스토어 등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복적인 매출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구독 기반으로 전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꼽힌다. 국내에서는 북미 구독형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업체 본느가 주목받는다. 회사가 선별한 다양한 제품이 담긴 ‘서프라이즈 상자’를 배송해 호응을 얻고 있다. 주가는 올 들어 112%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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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이용형’은 월 이용료만 내면 영화, 음악, 책 등 디지털 콘텐츠를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다. 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진 뒤 구독경제 부활의 신호탄을 쏜 넷플릭스는 최근 들어 디즈니+와 애플TV+의 협공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구독료 인상 영향으로 3분기에 미국 유료 가입자 증가 수가 51만7천명에 그쳐 예상치(80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월가에서는 넷플릭스가 불확실성이 커지는 초입에 섰다고 평가했다. 최후의 승자는 복합사업으로 막대한 콘텐츠 비용를 감당할 수 있는 월트디즈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디즈니 주가는 21.1% 오른 반면 넷플릭스 주가는 7.2% 상승에 그쳤다.
무제한형으로 분류되는 국내 상장사 12곳의 올해 주가상승률은 평균 47.2%다. 웹툰·웹소설 업체 미스터블루 주가가 247% 올라 구독경제 기업 중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전자책과 온라인교육 업체, 신용평가사도 이 유형에 해당된다.
‘대여형’은 정수기, 안마의자 등 일시 구매가 어려운 고가품을 일정 기간 사용하는 서비스다. 레인지후드 등 환기시스템 업체 하츠의 주가는 올 들어 103% 올랐다. 게임업체 넷마블은 최근 정수기 대여업체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안재민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은 개인 중심으로 소비되고 20~40대 남성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가구 중심인 스마트홈과는 다르다”고 짚었다.
구독경제 역시 거대 유통망과 빅데이터를 보유한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제품 기획력과 소비자 반응만 검증된다면 중소기업도 차별적인 구독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구독경제 20개 종목 중 코스닥 상장사가 14개이며 시가총액이 1천억원 안팎인 소기업도 7개나 된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1인 가구를 겨냥한 생필품 제공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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