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3 19:01
수정 : 2019.11.1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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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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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대화했는데도 개선 안해
국민 재산에 피해주는 기업으로 제한
‘이사 해임’ 주주제안 대상도 축소
집중투표제 도입 노력 진전 평가
책임투자 등 세부사항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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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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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사회책임투자 활성화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 도입 노력 등 진전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세부사항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과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지침(안)’을 발표하고 각계 의견을 들었다. 이 방안들은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중점관리 대상은 ‘짠물’ 배당 정책을 펴거나, 임원 보수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기업이다. 또 횡령·배임·부당지원·경영진의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한 기업,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지속적으로 이사와 감사 선임을 반대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투자기업도 포함된다. 단, 기업과의 대화를 우선으로 하고, 충분히 대화했는데도 개선하지 않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행사한다.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자산에 피해가 있는 경우에만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주주권 행사는 정관 변경, 이사(감사)의 선임, 이사 해임과 같은 주주제안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관 변경의 경우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 삭제를 제안하고 이사·감사 선임 때는 집중투표를 청구한다. 이날 공청회 토론에서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를 위한 상법 개정이 2012년 이후 미뤄져왔다”며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은 문제가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시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주주제안이 가결된 뒤 단순투자 목적으로 다시 변경하는 것은 안 된다”며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기업의 개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주주제안 중 ‘이사 해임’을 부각하며 기업에 대한 통제가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사 해임 제안의 적용 범위는 되레 축소됐다. 지난 7월 기금운용위에 보고된 초안에는 이사 해임을 배당과 임원 보수를 포함해 4가지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도록 제시됐지만 이번에는 횡령·배임 등 법령 위반이나 지속적인 반대의결권을 행사해온 사안으로만 제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연구용역을 맡은 자본시장연구원이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우려해 ‘이사 해임’ 삭제를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업 대주주와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비교했을 때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실효성)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ESG)를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책임투자 평가 결과 2등급 이상 떨어져 C등급 이하에 해당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금운용위의 결정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사회책임 투자 규모를 특정하지 않았고 시행 일정도 늦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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