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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8 11:15 수정 : 2019.11.18 11:50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 “현행 법규상으로도 처벌 근거 마련 가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올해 3천여명의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의 투자손실을 안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을 판매하면서 본점 차원에서 하루 단위로 영업본부 등에 실적을 독려했다. 은행의 대표이사와 임원진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런 과도한 실적 독려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현행 법규상으로는 이런 경영진의 전반적인 관리책임 실패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불명확해 처벌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경우에도 경영진 처벌이 가능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8일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내부통제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로 소비자 피해 발생시 경영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되기 전에라도 현행 법규상으로 경영진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판매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업무절차’를 내부통제 기준에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로 하여금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개발·판매 과정의 각 단계별로 경영진의 역할을 규정하는 표준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금융회사에 권고하고, 금융회사는 이를 내규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경영진에 대한 제재는 절차 위반과 관여의 정도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며 “그 정도가 약하면 주의, 심하면 직무정지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은 주요 영업행위를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시행했지만, 소비자 피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이 지시를 내렸다는 근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분 부장급에서 결재가 이뤄지고, 중요한 업무라도 부행장급에서 결재가 이뤄진다”며 “대표이사는 구두로 지시를 하는데 문제 발생 시 직원들이 자백을 하지 않는 한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위법행위의 실제 최고책임자이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아 처벌이 어려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새 처벌규정을 만들더라도 이번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와 관련해서는 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선 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규상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세부 규정을 만들 수 있었는데 금융사고가 날 때까지 이를 수수방관해왔기 때문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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