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5 18:19
수정 : 2019.11.2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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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워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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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약화 4년 만에 사고 속출
리스크 대응 방안 마련 필요 지적
“금감원에 힘 실어주는 방향 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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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워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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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비롯한 사모펀드의 운용과 판매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에 한계를 드러낸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완화 과정에서 금융감독 수단마저 약화된 데도 원인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2015년을 기점으로 금융감독 수단이 대폭 약화된 것으로 지적한다. 당시 정부는 사모펀드 육성을 위해 모든 사모펀드 설립을 사전보고에서 사후보고로 개편했다. 사후보고는 금융감독당국이 형식요건만 점검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른바 조국 펀드 사태가 터진 상황에서도 금융감독원은 이 펀드에 대한 내용을 거의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디엘에프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소비자에 대한 설명의무 등 투자자보호 요건을 사전에 요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부는 또 당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 아래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의 개입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금감원의 공문발송 권한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다. 금감원은 당시까지만 해도 팀장급의 실무선에서 리스크 요인이 발견되면 금융회사에 유의 공문을 보내 주의를 환기했다. 금융위는 대신에 공식적인 행정지도를 하도록 했으나, 행정지도를 하기 위해선 사전보고절차가 복잡하고 시일도 3~4개월이나 걸려 이마저도 행사를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감독수단이 부족해 선제적인 예방 조처를 하지 못하면서 감독 실무선에서 구멍이 생겼다는 얘기다. 금융법 연구자인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거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다 보니 금감원은 책임의식도 많이 없어지고, 사기도 많이 저하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현재 가진 사전적 감독수단으로는 미스터리 쇼핑과 소비자경보 발령이 있는데 이것도 이번에 한계가 드러났다. 미스터리 쇼핑은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회사 창구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평가하는 방식인데, 문제를 발견했어도 시정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용역 직원이 가서 한다”며 전문성이 부족하고, 인력풀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또 “감독의 방식을 젠틀하게, 부담을 주지 않는 식으로 하라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금감원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경보 발령은 민원이 20건 이상 들어오면 내는 것인데, 이것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리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지나치기 쉬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이 시장 리스크 요인을 적시에 파악하고, 선제적인 조처가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으나 이것은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동원 교수는 “법을 건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금감원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감독규정을 수행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금감원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금융감독당국은 감독만을 온전히 맡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는 정책까지 맡다 보니 서로 충돌이 생긴다”며 “금감원도 민간에서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금융감독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감독 당국은 앞으로 어떻게 기능·역할을 잘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시장이 급격하게 변동하는데 못 따라가는 부분도 있고, 인력 문제도 있다”며 “감독 당국이 시장과 친화적으로 나가면서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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