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31 18:42
수정 : 2020.01.01 02:33
5%이상 지분 가진 298곳 중 88%
최대주주와 지분 격차 15%p 넘어
재계 “경영개입 기업압박” 엄살 무색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10곳 중 9곳은 최대주주 지분율과 격차가 15%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경영참여 목적 주주활동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기업분석기관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298곳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있는 상장사가 235곳(78.9%)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지분이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보다 15%포인트 이상 낮은 기업은 88%인 262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10% 이상 격차가 나는 상장사는 92%에 달한다. 경영권이 안정된 것으로 평가받는 최대주주 지분율 30%를 넘는 곳은 225개사에 이른다. 그런데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단체는 지난 27일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지침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되자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해 기업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며 반발했다.
시엑스오연구소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실제로 낮아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업은 되레 국민연금을 우호세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오일선 소장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인 곳은 경영권과 관련한 외부 공격을 받을 때 국민연금이 보호막 구실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들의 주식평가액(12월27일 기준)은 118조83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7월 말(88조1625억원)과 비교하면 34.8%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지분가치가 35조3734억원으로 29.8%를 차지했다. 오 소장은 “지분가치가 1조원이 넘는 기업들은 주가가 크게 오르더라도 국민연금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고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다”며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로서 기업가치와 배당을 높이는 방향으로 주주활동을 적극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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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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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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