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1 19:27
수정 : 2005.08.01 19:27
에스케이텔레콤 ‘현대생활백서’
마우스를 아무리 움직여도 커서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휴대폰을 쥐고 있었을 확률이 90%다. 리모컨을 눌러도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 군대 가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은 입영장에서 가족들에게 휴대폰을 건네는 순간이며, 조건반사를 실감하는 것은 떠나간 애인 휴대폰과 똑같은 벨소리에 깜짝 놀랄 때다. 바야흐로 휴대폰 세상이다.
휴대폰은 등장하자마자 모든 세상 사람들을 길들여버렸다. 언제 어디서나 옆에 휴대폰을 끼고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생활습관도 바뀌고 있다. 휴대폰은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생활문화의 핵심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최근 이처럼 휴대폰이 바꾼 현대인의 삶의 풍경을 재미나게 묘사한 화보집 〈현대생활백서〉를 펴냈다. 이동통신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집이다. 책을 보면 자신이 구세대인지 신세대인지, 그리고 휴대폰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많는 영향을 끼쳤는지 실감할 수 있다. 책은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에서 거저 얻을 수 있다. 내용을 보면 ‘맞아, 그래’라고 무릎을 칠 것들이 가득하다.
휴대폰족들은 버스보다 지하철을 좋아한다. 급정거나 오르막 내리막이 없어서 액정이 흔들리지 않고 게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남성들이 맘에 드는 여성을 보면 수줍어하며 종이를 건네고 번호를 적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휴대폰을 주며 전화번호를 찍어달라던 2000년대를 지나 여성 휴대폰을 낚아챈 뒤 자기 휴대폰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돌려주는 터프가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휴대폰 때문에 새로운 예절도 생겼다. 화장실에서 옆 칸 사람이 통화하고 있을 때 잠시 기다렸다가 물을 내려주는 것이 현대인의 ‘센스’다.
“여보세요”란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때 하던 말로 이제는 보통 “네, 선배님!”, “응, 엄마!” 등으로 바뀌었다.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서나 자장면을 시켜먹을 수 있는 세상을 일컫는 말이자 언제든지 근처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집, 가장 가까운 자장면집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을 일컫는 말이다. 손톱을 깎을 때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엄지손톱이 거슬린다고 느껴질 때다.
휴대폰은 슈퍼맨이다. 못할 것이 없다. 만국 공용어인 에스페란토를 몰라도 외국여행에서 불편함이 없다. 여행가기 전에 화장실, 밥 등 중요 물품을 사진찍어 두었다가 현지에서 찾기 어려울 때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 영화처럼 살고 싶다면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배경음악을 깔면 된다. 심심하면 연주도 된다. 〈떴다 떴다 비행기〉는 ‘3212 333 222…’,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셔요〉는 ‘399 3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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