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0 19:58
수정 : 2016.03.1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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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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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배우는 머신러닝으로
세상 모든 데이터 구조화 목표
알파고 활약으로 확장 가속화
학습 통해 추상화까지 그려
자율주행차·지능로봇 등 실용화
9일부터 이세돌-알파고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호텔은 며칠째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 수뇌부가 옮겨온 느낌이다.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회장, 알파고 개발책임자인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 구글을 대표하는 천재개발자로 이름난 제프 딘 시니어 펠로 등 구글 본사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이들이 총출동했다. 구글은 100만달러(약 12억원)의 대국료를 들여 이미 수백~수천배의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지만, 이세돌-알파고의 대국이 구글에 갖는 의미는 바둑판에 머무르지 않는다. 슈밋은 대국을 하루 앞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이기든 결국 승자는 인간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면 더 좋은 세계가 될 것이고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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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족 보행 로봇 ‘빅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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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과 광고를 기반으로 출발한 구글은 유튜브나 스마트폰 등 인터넷과 모바일 분야를 넘어, 웨어러블 기기, 자동 번역,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 다양한 미래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실질적 사업 모델을 착착 준비해나가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600조원 안팎으로, 애플과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9일 뉴욕증시에서 구글 주가는 알파고 의 승리가 반영돼 1.66% 오른 725달러(약 87만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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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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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분야의 첨단산업을 개척하면서 스스로 최대 수혜자임을 드러내온 구글에 이번 대결은 매우 중요하다. 알파고가 보여준 신경망 기반의 머신러닝(기계학습) 능력은 앞으로 구글의 모든 사업 분야가 엄청난 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절대 엔진’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인공지능 연구는 지나친 기대와 낮은 성과로 냉탕과 온탕을 거듭해왔지만, 구글이 최근 보여준 ‘기계 스스로 배우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인공지능의 발달을 가로막아온 문턱을 거의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갈릴레이가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인 책’이라고 본 게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라면,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최대한 조직화해서 이를 유용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덕분에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바뀌어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 환경에서 사람이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해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이를 지능적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구글이 추구해온 ‘성배’와 같은 존재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지능형 로봇의 관건도 사람이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능력을 갖출 수 있으냐에 달려 있다. 구글은 2012년 아무 정보도 주지 않은 사진에서 컴퓨터가 머신러닝을 통해 고양이의 사진을 식별해내는 딥러닝을 개발했다. 2015년엔 알파고 개발의 모태가 된 스스로 배워서 게임할 줄 아는 강화학습 기능(DQN)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컴퓨터가 복잡한 이미지를 읽고 사람처럼 자동으로 설명하는 기능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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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기업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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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딘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머신러닝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예시했다. 카메라를 단 로봇 팔이 처음 보는 물체들을 무작위로 집어올리는 데 아이처럼 스스로 학습해 한두번 만에 능숙해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딘은 “현재 구글 서비스의 20~50%에 적용된 머신러닝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사람보다는 낮은 차원이지만 스스로 훈련을 통해 간단한 추상화 능력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보여준 사람을 능가하는 머신러닝 능력은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구조화해서 서비스화하려는 구글의 원대한 목표에, 구글이 근접해 있음을 과시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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