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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3 20:20 수정 : 2016.03.13 20:20

‘행복한 가정을 위한 디지털 레시피’ 연속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2016년 ‘새 학년 디지털과 동행하는 법’을 첫 주제로 4차례 강의를 진행했다. 지난 2월18일 미디어카페 후에서 신성욱 작가가 ‘뇌과학을 통해 본 디지털세대’를 주제로 강의했다.

‘행가레’ 새 학년 디지털과 동행하는 법

새 학년이 시작돼 집안의 마찰 소재가 줄어 편안하다는 얘기가 부모들에게서 나오는 때다. 방학이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줄다리기로 가정불화 요인이 추가됐다는 말도 있다. 새 학기가 시작돼 눈에 보이는 신경전은 줄어들었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디지털 속에서 자라나는 자녀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주최하는 학부모 대상 연속 강연 프로그램 ‘행복한 가족을 위한 디지털 레시피’(행가레) 2016년 첫번째 시리즈가 ‘새 학년 디지털과 동행하는 법’을 주제로 열렸다. 서울 홍익대 앞 미디어카페 후에서 2월18일부터 매주 목요일, 4회가 진행됐다.

체육관의 고릴라를 보았나요?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의 저자 신성욱 작가는 ‘뇌과학을 통해 본 디지털 세대’를 주제로 1강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실시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학부모들 앞에서 진행해보니,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농구 동영상에서 패스 횟수를 세보라고 했더니, 대부분 공을 세느라 농구장 중앙을 유유히 지나간 고릴라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청중은 사람이 얼마나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전체적인 형태를 보지 못하는지를 경험했다. 뇌는 특정한 지시와 맥락에서 움직이고 작동하는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뇌가 갖는 지향적 특성은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학교는 출석부와 성적표 때문에 근근이 유지되고 공부는 학원에서 이뤄지는 환경이다. 신성욱 강사는 아이들의 뇌가 사교육 시장에서 훈육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바깥과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며, 부모나 친구와 맺는 관계의 성격에 따라 아이들의 뇌 상태와 모습은 달라지고 변화한다. 그는 아이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하려는 부모의 감시적 시선이 아이의 뇌를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시자와 피감시자가 좋은 관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가 건강한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합리적이고 적절한 관계 맺기를 위한 노력과 연습을 강조했다.

모두가 같은 시각 깨어나지는 못해요

우리 사회 대안학교 운동을 불러온 이우학교를 설립하고 8년간 교장을 지낸 정광필씨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깨어나는가’로 2강을 진행했다. 정 강사는 경쟁 중심의 교육 현실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열심히 진행했던 대안학교에서의 경험과 좌절에 대해 털어놨다. 학교 밖에서는 이우학교에 대해 높은 평가가 이어졌지만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의 눈빛이 공허해지고, 무엇보다 서로를 보는 눈빛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기가 발표할 것에만 관심을 쏟는 아이들, 덩치 큰 아이들 뒤에서 교사의 시선을 피해 수업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소외되는 아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노력과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아이들은 교사나 부모의 지적이나 훈계에 의해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어쩌면 평범한 깨달음이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가 있으며 각자의 경험에 따라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 깨닫는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협력적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속도가 관계를 압도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이들의 참된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강연이었다.

항상 시간 결핍 시달리는 아이들

중학교 상담전문교사로 재직하는 윤다옥 강사는 3강 ‘아이들의 디지털 세상과 함께하기’를 진행하며,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생생한 사례와 고민을 전달했다. 디지털 세대의 여가생활은 단순해 보인다. 방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고, 피시방과 노래방에서 논다. 이마저 못 하면 잠을 잔다. “이렇게 노는 게 지겹지 않니” 물으면 아이들은 “다른 놀이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시간 부족을 경험하면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는 가정과 아이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시간 활용을 위한 해결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 금지는 자녀와의 감당할 수 없는 갈등을 초래하는 한편, 부모와 교사의 눈이 닿지 않는 음지의 대안을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모 스스로 관심 갖고 학습하며 각 가정과 아이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짓” 대신 “멋진데”

4강은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디지털과 함께 공부하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기술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긍정적 활용력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에도 우리 삶에서 공부를 방해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어 왔지만 스마트폰처럼 강력하지는 않았다. 특히 아이의 통제력이 높지 않은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음란물이나 사이버폭력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스마트폰을 갖고 싶은 아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유용하게 잘 사용하겠노라 약속하지만 대부분 무너지고 아이와 부모는 갈등에 휩싸인다.

아이들에게도 디지털 기기는 필요하며, 활용 방법이 요구된다. 아이들은 이미 다양한 기기를 쓰고 있으며, 디지털 미디어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소통 도구다. 하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일상적인 사용에 비해, 아이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는 너무나 적다. 아이들이 처한 각기 다른 환경과 심리적 특성에 따른 교육 방안도 전무할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다.

황용석 강사는 생산적인 디지털 역량을 기르는 체계화된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며, 차단하고 금지하는 방식보다는 긍정적이고 지지받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아이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 종일 아이돌 사진을 포토샵 하는 데 시간을 보낸 아이를 “쓸데없는 데 시간 썼다”고 말하는 대신 “배우지도 않았는데, 멋지게 꾸미는 기술을 스스로 배운 게 기특한데”라고 지지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행가레 강연 시리즈는 동영상으로 제작돼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으로 공개되며 5월 중순 ‘디지털시대의 놀이와 문화’를 주제로 두번째 시리즈가 진행될 예정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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