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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3 20:25 수정 : 2016.03.14 10:40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하나 꼽으라면 전국단위 대입시험(수능) 후 난이도에 쏠리는 수험생과 언론의 관심일 것이다. 지인 한 사람도 자녀의 입시를 치른 후 “우리 입시제도는 미로다. 거기에 들쭉날쭉한 난이도는 그해의 운세까지 봐주는 셈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가 이럴진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학창 시절 내내, 그리고 수능까지 점수 때문에 울고 웃는다.

그런데 점수가 중요한 것이 수능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모여 공론장을 만들 수 있는 온라인에서는 ‘점수 문화’가 만연해 있다. 그중 수년째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얼평’은 걱정스럽다. 한 포털의 오픈 지식에는 그 뜻이 “‘얼굴 평가’의 줄임말,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페·클럽 등에 자신의 얼굴 사진을 올리고 평가를 부탁할 때 쓰임”이라고 되어 있다. 아프리카티브이(TV) 인기 방송자키(BJ) 중에는 시청자의 얼굴을 평가해주고 성형 견적을 내주는 것으로 인기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 ‘얼평선생’이라는 앱은 학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10만건 가까운 다운로드를 기록중이다. 그러나 사람의 외모를 점수로 매기는 일이 괜찮은 것일까? 미남 배우 얼굴은 100점이고, 개성파 배우의 얼굴은 40점인가? 무엇이든 점수로 바꾸고 등수를 매기는 우리 사회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에는 허울뿐인 쿠폰과 세일을 없애고 정직한 소비자가를 시도했다가 실패로 돌아간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 사례가 나온다. 할인 폭이 적혀 있는 백화점 광고지는 사람들을 여전히 끌어들인다. 사람이 숫자에 약한 것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숫자나 점수로 환산할 수 없는 것도 많다. 눈속임인 때도 종종 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쉽게 점수화하고 등수를 매기는 풍토에서는 결국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족사진을 놓고 아이들과 다양한 기준을 세운 뒤 각자의 매력을 다양하게 평가해보면 어떨까? 이런 교육이 궁극적으로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존경할 만한 정치인을 선출하고, 열의를 다할 직업을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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