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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5 19:48 수정 : 2016.03.15 20:10

중국 최고수 커제 9단.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막판에 인간 두뇌의 저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알파고는 ‘직관’을 중시하는 바둑에서 기계가 인간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알파고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우선 수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알파고는 아직 지능이라고 부르기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으로서 베타(공개 전 이용자 테스트 단계)도, 알파(내부 테스트)도 아닌 프로토타입(시제품)”이라고 말했다.

바둑 선수로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공지능으로선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음 수련으로는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을 상대로 한 바둑 재대결이나, 실시간 전략 컴퓨터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최고수와의 승부가 거론된다.

동시에 알파고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반상이라는 게임의 공간을 넘어서 현실 세계에서 빠르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의 서비스 전반에서 ‘인공지능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구글은 이미 여러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왔다. 대표적인 게 검색이다. 제프 딘 구글 수석연구원은 9일 열린 설명회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구글 검색에 3번째로 강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공개했다.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밋 회장도 이번 경기 직전 미국의 기술매체 <와이어드> 기자와 만나 “인공지능은 알파벳의 모든 제품에 적용할 기술”이라고 밝혔다.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다양한 산업에서 치열하게 진행 중인 인공지능 기술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업계다. ‘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업계에서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는 가장 뜨거운 관심이 몰린 분야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두번째 대국이 열린 10일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약 1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에서는 구글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금융·의료·유통 등에서도 이 기술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고의 원리는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의 뇌와 같은 신경망 구조를 만든 뒤 빅데이터를 투입해 스스로 깨우치게 하면, 이 인공지능은 인간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가 프로기사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수로 이 9단을 꺾었듯이 말이다. 주식과 채권 등 거래 기록이 전산으로 쌓여 있는 금융업계, 소비자의 구매 기록이 확보돼 있는 유통업계, 진료·보건 기록과 유전자 데이터 등이 축적돼 있는 바이오 분야 등도 같은 원리로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투자나 마케팅, 진단법 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세기의 대국’을 두고 이런 변화의 시대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구글의 전략적 이벤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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