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아이들을 가리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모들은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온 디지털 이주민으로 불린다. 이런 이분법은 부모 자신보다 뛰어난 디지털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쳐야 하는 현실을 강조하며 부모들의 당혹감을 배가한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구분은 부모와 아이가 디지털 세계에 처한 모습을 그리는 수사적 표현일 뿐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정확하지 않은 묘사다.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는 것과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어린아이가 디지털 세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디지털 이용 자체가 디지털 역량을 자동적으로 가져다주진 않는다. 무엇보다 이동과 변화가 일상적인 디지털 세계에서 영원한 네이티브는 없다. 네이티브가 특정한 장소와 공간에 거주하는 선주민을 가리킨다면, 이주민은 이들의 장소와 공간으로 새로 옮겨온 존재들이다. 하지만 모바일 세계에서는 이런 네이티브와 이주민의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지털 세계에서는 부모와 함께 아이들도 언제나 이주자이고 이방인일 뿐이다. 오늘 디지털 세계에 태어났더라도 내일은 새로운 이주자가 될 운명인 것이다. 게다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총체적인 이해가 점점 더 어려운 디지털 세계에서는 누구나 이방인의 낯섦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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