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벤처기업,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식 선뵐 계획
위성에서 입자들 쏴…1000여개 빛잔치에 100만 달러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보는 인공 유성우 상상도. ALE 제공
유성우(별똥별 쇼)는 오로라와 함께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밤하늘의 장관 중 하나이다. 밤 하늘을 가로지르며 쏟아지는 유성우를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일 년에 몇차례, 그것도 날씨와 시간 등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다는 게 흠이다. 인류가 불꽃놀이를 만들게 된 것도 이런 유성우의 아쉬운 경험이 한몫했을 것이다. 첨단의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유성우를 직접 만들어 즐길 수는 없을까?
스타에일(Star-ALE)이란 이름의 한 일본 벤처기업이 그런 상상을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인공 유성우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스카이 캔버스’(Sky Canvas)라는 이름의 인공 유성우 프로젝트는 위성에서 다양한 빛깔을 내는 입자들을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유성우를 재현하는 것이다.
인공 유성우 기지 역할을 할 마이크로 위성 상상도. 유튜브 갈무리
인공 유성우는 어떻게 구현할까? 우선 유성 구실을 할 입자 덩어리들을 실은 마이크로위성(큐브샛, 사방 50센티㎝ 크기)을 우주 공간으로 발사한다. 위성이 정지궤도에 당도한 뒤 제자리를 찾으면 탑재한 특수장비로 입자들을 밖으로 방출한다. 야구 피칭머신이 야구공을 토해내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방출된 입자들은 지구를 3분의 1 가량 돌면서 대기권에 진입한다. 입자들은 대기와 마찰하면서 플라즈마를 방출하고, 유성처럼 불꽃을 내뿜는다. 인공 유성은 입자들의 성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낸다. 예컨대 리튬은 분홍, 나트륨은 주황, 세슘은 파랑, 칼슘은 노랑 ,구리는 녹색 빛을 발산한다. 인공 유성이 빛을 내는 고도는 6만~8만미터. 강하 속도는 실제 유성보다 느리기 때문에 지상에서 육안으로 감상하는 시간은 자연 유성우보다 길다.
별똥별 쇼를 펼칠 입자들은 500~1000개로 구성된다. 비용이 얼마나 들까? 스타에일은 입자 덩어리 하나를 만드는 데 8100달러(약 960만원)가 든다고 밝혔다. 500~1000개를 만들려면 400만~800만달러(47억~96억원)가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위성 제작과 발사 비용은 제외한 비용이다. 큐브샛은 크기가 작아 다른 위성을 발사할 때 함께 실어보내기 때문에 10만달러 남짓이면 된다.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광고비가 30초에 500만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후원 기업이 못 붙을 것도 없을 듯하다.
인공 유성우는 우주 공간에서 떨어지는 만큼 멀리서도 구경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지상에서 약 100㎞ 반경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인공 유성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500미터 상공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에 비해 400배나 더 넓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스타에일은 “도쿄도에 거주하는 3000만 주민이 모두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업체는 얼마전 지상에서 1차 실험을 마쳤다. 입자들을 진공룸에 넣고 뜨거운 가스로 이것들을 쏘아 초음속으로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장면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인공 유성의 겉보기 밝기 등급은 -1이었다. 이는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때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 등급(-1.5)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스타에일은 2017년 하반기에 첫 위성을 발사한 뒤 매년 1기의 유성우 위성을 계속해서 쏘아올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할 계획이다. 그 때까지는 밝기도 -3등급으로 더 올린다는 목표다.
두바이 하늘의 인공 유성우 상상도. 유튜브 갈무리
스타에일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차 인공 유성우를 넘어 우주 쓰레기들까지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안전하게 처분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인공 유성우 쇼의 기지 역할을 하는 위성도 이 계획에 따라 처리된다. 발사 25년 후에는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시켜, 스스로 유성우 쇼를 펼치며 종말을 맞도록 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 모든 일을 엔터테인먼트 자본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싶어한다. 그런 구상이 실현된다면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 효과’를 내는 셈이다.
스타에일 설립자인 오카지마 레나는 천문학 박사로 골드만 삭스에서도 일한 바 있다. 천문학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 발상은 그의 이런 경력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오카지마는 회사 웹사이트에 올린 포부에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과학과 사회를 연결함으로써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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