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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9 20:23 수정 : 2016.05.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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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14조 모텔시장을 양지로 불러내다

‘야놀자’, ‘여기어때’, ‘여기야’, ‘핀스팟’…. 모두 모텔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들이다.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모텔을 검색해 예약하고 요금 결제까지 할 수 있다.

후발 업체들의 잇단 가세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모텔 이용 앱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05년 3월 출시된 야놀자의 누적 내려받기(다운로드)는 이미 1천만건을 넘었다. 월평균 이용자(월 1회 이상 이용)도 107만여명에 달한다. 2014년 4월 등장한 여기어때의 누적 내려받기는 500만건이 넘고, 월평균 이용자는 62만명이다. 중복 이용자를 고려해도 1천만명 이상이 스마트폰에 모텔 이용 앱을 깔아두고 있고, 100여만명이 월 1회 이상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놀자·여기어때·여기야…
전국 모텔 추정 매출 14조원
‘90만 객실 이용자 잡자’
모텔 이용 앱 1000만 사용 시대

‘러브호텔’ 이미지는 옛말
파티·스터디 장소로도 각광
가족여행·출장 숙소 이용 확대

‘싸고 가까운 중소호텔’로 개선 유도
관광객 겨냥 중국어판 앱까지

흥미로운 점은 이 시장이 커지면서 ‘부적절한 만남’의 온상으로 여겨지던 모텔에 대한 인식과 이용 목적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숙박시설은 여인숙·여관·‘장’·모텔·관광호텔·호텔·게스트하우스·펜션·콘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관과 관광호텔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객실이 30개쯤 되는 것을 모텔이라고 부른다.

코텔야자 사당역점 전시 미술작품
숙박시설에서 모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모텔 이용 앱 업계 집계로 3만여개가 영업중이다. 객실로 치면 90만개로 추산된다. 전국 모텔의 연간 매출을 합치면 14조4천억원쯤 된다. 수용 능력이나 매출 모두 다른 숙박시설을 능가하지만 사회적 ‘대접’은 형편없다. 한 모텔 앱 업체 홍보담당자는 “친구나 친척은 물론이고 가족에게조차 업종이 뭔지는 말하지 못하고 그냥 벤처기업에 다닌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모텔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모텔이 가족여행이나 출장 숙소로 흔히 이용된다. 자동차 문화가 가장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 ‘운전자’(motorist)와 ‘호텔’을 합쳐 만들어낸 말이 모텔이다. 하지만 일본에 전파되면서 ‘러브모텔’로 변질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러브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모텔 하면 불륜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남의 눈치 때문에 모텔 골목을 만나면 돌아서 가는 이들도 있다.

다이닝룸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걷히고 이용 목적도 바뀌고 있다. 모텔을 ‘몸 데이트 장소’가 아닌 여행·출장 숙소와 파티·스터디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준비생 김태양(29)씨는 일주일에 한번 스터디그룹 모임을 할 때마다 모텔을 찾는다. 4명이 모텔 대실(4~5시간 이용) 서비스를 이용하면 3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컴퓨터와 인터넷까지 자유롭게 사용하고 떠들면서 공부할 수 있어 좋단다. 그는 “도서관이나 카페는 떠들 수 없어 모임을 하기가 불편하다. 대학생들이 조 모임을 하거나 시험 준비를 할 때 모텔 대실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예약을 해둘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전아무개(51)씨는 함께 연수를 받은 다른 학교 교사들과 정기적으로 ‘파자마 파티’를 하는데 주로 모텔을 이용한다. 지난해 송년 모임도 모텔에서 했다. 그는 “호텔은 비용이 부담스럽고, 콘도는 차를 갖고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 비해 모텔은 싸면서 지하철을 타고 모일 수 있어 좋다. 중년 여성 여럿이 수다를 떨며 함께 드나드니 눈치 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영업을 하는 손민수(35)씨는 출장 때마다 모텔에서 묵는다. 미리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저녁때 고객을 만나고 근처 모텔에서 바로 묵을 수 있는 게 장점이란다. 모텔에 묵으면 숙박비가 하루 몇만원씩 남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가족과 여행할 때도 모텔을 찾는다고 했다.

모텔에 대한 인식이 ‘싸고 접근성 좋은 중소형 호텔’ 정도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미 대학가에선 “엠티 가자”는 말이 “모텔 가자”는 뜻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모텔 업계 종사자들을 전문직으로 분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호텔 종사자들을 가리키는 ‘호텔리어’를 본뜬 ‘모텔리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여기어때가 3월30일부터 4월3일까지 이용자 1440명에게 ‘모텔을 연인 간 데이트 외 목적으로 이용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46.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55.8%는 ‘(다른 목적의 이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싶냐’는 질문에 파티(38%), 게임방·노래방·영화감상 같은 놀이공간(29.1%), 여행이나 출장 숙소(13.7%), 프러포즈 등 이벤트 장소(9.6%), 스터디 모임 혹은 시험공부 장소(3.4%) 등을 꼽았다. 여성들 사이에선 ‘파티룸’(50.5%)이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텔에 대한 인식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텔 이용을 돕는 오투오(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한 시점과 일치한다. ‘모텔가이드’, ‘호텔365’, ‘모텔투어’ 등의 인터넷 카페들이 생겨나 깔끔하고 특색 있는 모텔을 추천해주고 이용후기를 남기게 하면서 모텔의 변신과 모텔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나쁜 평가를 받으면 손님이 줄어드니 깔끔하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모텔 이용 앱이 줄줄이 등장해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모텔 이용 앱 업체들은 한결같이 “모텔에 대한 인식 및 숙박 문화 개선”을 앞세운다. 업체들은 제휴 모텔을 늘리고 앱 기능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4년 ‘바로예약’이 가능해졌고, 이후 ‘미리예약’이 추가됐다. 최근에는 2일 이상 ‘연박예약’도 가능해졌다. 김종윤 야놀자 좋은숙박 총괄부대표는 “머지않아 모텔도 호텔이나 펜션처럼 한두 달 전에 예약해 이용하는 트렌드가 생기고, 그에 따라 지방 여행이나 출장 때 모텔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 평판’이 중요해졌으니 리모델링을 통해 변신하는 모텔도 늘고 있다. 야놀자는 ‘코텔’ 노량진점과 신촌역점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예약·결제는 물론이고 객실 문 여닫기와 텔레비전·에어컨·조명 제어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코텔’은 구형 모텔을 모텔·게스트하우스·호텔을 합쳐놓은 모습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야놀자의 또다른 모텔 브랜드 ‘코텔야자’ 사당역점은 갤러리처럼 꾸며졌다. 신진 미술작가 58명의 작품을 로비·복도·객실에 걸었다. 코텔야자 대전터미널점은 가구 갤러리에 가깝다. 독특한 디자인의 캠핑 의자와 1천여만원짜리 소파 등 네덜란드와 홍콩 등지에서 수입한 고급 가구들을 로비와 객실에 비치했다. 장은빛 야놀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주요 상권에 위치한 곳은 수영장, 스파, 글램핑 시설, 당구장, 바비큐장, 노래방 기기도 갖추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모텔을 검색할 때 이런 시설이 있는지를 따지기 때문에 다른 모텔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텔 앱 업체들은 모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사회적 순기능도 클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여행의 행태가 바뀐다. 기존 여행은 호텔·펜션·콘도 같은 숙소를 먼저 정한 뒤 주변 맛집이나 둘러볼 곳을 찾는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모텔을 이용하면 맛집이나 가볼 곳을 정한 뒤 주변 모텔을 찾는 쪽으로 바뀐다. 모텔이 피시방이나 편의점보다 많이 분포돼 있어, 잠잘 곳 걱정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여행이 간편해지고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여행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나 지역 축제, 중국의 명절 연휴 때 등에 겪는 숙박시설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모텔을 테마형 숙박시설로 자리잡게 만들어 외국 관광객 유치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야놀자는 이미 중국어판 앱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야놀자 중국어판 앱이 제휴 모텔에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싼값에 특색 있는 숙박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텔 앱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4월 말 현재 야놀자 제휴 모텔은 7700여개, 여기어때는 4천여개에 불과하다. 아직도 2만여개의 모텔이 오투오 서비스에 연결돼 있지 않은 것이다. 모텔 앱 업체 쪽에서 보면 남아 있는 시장이 그만큼 크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카카오도 들어올까

“‘이미지 관리’ 때문에 힘들다”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대다수 오투오(O2O) 서비스 분야와 마찬가지로 모텔 앱 시장의 물밑 화두 가운데 하나는 ‘카카오가 들어올까’이다. 카카오톡이란 막강한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의 진출은 ‘모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순식간에 바꾸는’ 동시에 ‘기존 모텔 앱 사업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텔 앱 업체들은 카카오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모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때, 이미 대기업이 된 카카오 입장에서는 회사 이미지 때문에라도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2년 전 창업자가 모텔 앱 시장에 진출한 이유 중에는 카카오가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업종이란 분석도 들어 있다”고 전했다.

반면 모텔 앱 업체들의 노력으로 모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카카오가 발을 들여놓는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모텔 앱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 쪽으로부터 지분 투자 제안을 받은 상태”라며 “액수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텔 앱 업체들과 달리 모텔 업주들은 카카오의 진출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쪽에서 보면 모텔 앱 시장은 군침을 흘릴 만하다. 주말 같은 때 만실이라고 가정하면 하루 9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것이고, 3만여개의 모텔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도 엄청나다. ‘김영란법’이 모텔 앱 시장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골프 접대 문화 등이 사라져 공휴일이 온전히 보장되면 가족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모텔 이용도 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텔 앱 시장 진출 여부에 대해 “아직은 검토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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