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재미난 것을 알려준다며 전화기를 보여준다. 전화기 속 사진들로 합성한 우스꽝스런 이미지들이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정도인데 아이들은 상당히 신나 한다. 사진 위에 알 수 없는 대사를 적어놓고 웃기도 하고, 친구 사진을 합성한 후 즐거워한다. 사진을 간편하게 편집할 수 있는 앱들로 인해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가 다양해졌다. 강도가 높지 않았지만 조금 더 나아가면 위험할 수 있다. 재미로 한 합성과 배포가 자칫 친구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 합성 사진 유포 등도 결국 말초적 호기심과 실력 과시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프레데리크 마르텔이 <스마트>에서 이야기한 대로 콘텐츠 패러다임이 변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계속 뒤바뀔 수 있고 콘텐츠가 소유에서 서비스 개념으로 넘어갔다. 디지털 시대에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수다. 내가 콘텐츠나 이미지의 생산자가 될 수도 있지만 언제든지 소비의 대상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무엇을 보여주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왜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납득이 되는 행위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 능력과 ‘왜’를 중요시하는 자세는 리더의 덕목이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리더십 교육이 필요하다. 리더들이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고민하듯이, 아이들은 무언가를 생산할 때 소재가 된 대상과 그것을 이용할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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