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06 18:50
수정 : 2016.06.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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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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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사를 강도 높게 해서 단독 영업정지 의견이라도 내면 감정이 실렸다는 소리를 들을 테고, 조사 수위가 낮거나 경쟁 사업자까지로 확대하면 로비가 먹혔다고 비판을 받을 테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유통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엘지유플러스(LGU+)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기 하루 전날 조사를 총괄하는 방통위 신종철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과 조사 대상 사업자의 최고경영자인 권영수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이 만나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한 방통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6일 방통위와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신 담당관과 권 부회장은 지난 5월31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엘지유플러스 법무실장과 대외협력담당 임원도 동석했다. 이날은 방통위가 엘지유플러스에 대한 현장조사 계획을 이미 확정한 상태이고, 엘지유플러스는 방통위 조사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을 때다. 실제로 방통위는 이튿날인 6월1일 엘지유플러스에 현장조사 방침을 통보하고 조사관들을 보냈다.
당연히 뒷말이 많다. 당사자들도 만남 사실이 불거진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엘지유플러스 쪽은 “부회장 지시로 전화를 건 비서에게 저쪽에서 ‘식사나 한번 하자고 전해달라’고 해서 이뤄졌다. 부회장이 이전에도 단말기유통조사담당 직원들에게 밥을 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신 담당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권 부회장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며 “사적인 만남인 줄 알고 나갔더니 현장조사 관련 임원들과 함께 나와 놀랐다. 권 부회장이 ‘도와 달라’고 부탁해 ‘알겠다’는 의례적인 답변만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통신업체들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등을 감시하고, 법을 어긴 사업자를 적발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대표나 임원들을 불러 협조를 구하거나 소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해당 사업자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얘기가 다르다. 기강의 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우려하는 상황은 이미 벌어졌다. 엘지유플러스가 방통위 현장조사를 거부했다. 법에 정한 현장조사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공무집행 방해”라고 으름장을 놓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사실상 처음이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단체와 이동통신 유통점 등이 ‘방통위와 통신사업자들 사이 유착의 단면이 드러났다’고 몰아붙일 태세다.
파문이 커지자,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이 지난 3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단호한 의지 표현 없이 별것 아니라며 사태를 덮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이후 방통위와 엘지유플러스 쪽에 이번 건에 대해 묻자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 보도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5월31일 유럽 출장을 떠났다가 7일 업무에 복귀하는 최성준 위원장이 이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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