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네이버 대표 ‘불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휴우~’

진경준 넥슨 주식 무상 취득 밝히면서 처지 갈려
함께 주식 산 김상헌 대표는 ‘좌불안석’
지난해 넥슨과 결별 김택진 대표 쪽은 ‘안도’

진경준 검사장이 120억원대 ‘대박’을 터뜨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의 매입 자금을 결국 넥슨이 댄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시 함께 주식을 취득한 나머지 두 명 가운데 한 명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더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진 검사장처럼 주식을 공짜로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그에 따라 검찰에 다시 소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

네이버는 14일 김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주식 대금을 넥슨에서 빌렸다가 바로 다 갚았다. 검찰 참고인 조사 때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련 서류로 입증해보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사를 다니고 집을 정리하면서 주식 매입 계약서는 파기했고, 주식 매입 대금 입금 내역서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넥슨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박아무개씨한테 매입 제안을 받아 응했고, 진 검사장과 함께 샀는지는 몰랐다”고 했다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에서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매입 자금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자 “넥슨에서 4억2500만원을 빌려 매수했으나 두 달 만에 전액 갚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 대표가 처음에는 주식 대금을 넥슨에서 빌렸다는 설명을 내놓지 않는 등 진 검사장 쪽 거짓말에 장단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 해명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김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넥슨 주식을 산 경위와 매입 자금 출처를 조사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법률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 대표가 진 검사장처럼 주식 매입 대금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해도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 주식을 산 2005년 그는 이미 판사직을 그만두고 엘지(LG)그룹 법무팀장으로 근무해 대가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질 수 있고, 주식 매입 자금을 갚은 사실을 투명하게 소명하지 못하면 불법 증여 논란이 일 수 있다.

한편 회사 경영권을 두고 김정주 대표와 다투다 결별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쪽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당시 결별하지 않았으면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대주주인 상태에서 이번 사태를 맞았을 것 아니냐”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진다”고 말했다.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대표는 미국 게임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손잡고 각자의 주식과 현금을 맞바꾸기까지 했으나 지난해 인수 실패 뒤 갈라섰다.

이른바 ‘성공한 벤처 창업자’들도 이번 일로 평판이 나빠질까봐 불편해하는 모습이다. 한 업체 임원은 “창업자가 ‘당신은 힘있는 사람한테 주식이나 차를 주지 않았냐’고 농담을 해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 웃어넘겼다지만 기분 나빠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