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5 16:06
수정 : 2016.07.15 20:24
기자간담회 열어 라인 상장 소감 밝혀
“뉴욕증시 타종 행사에 가슴 벅차”
“라인 설립 후 처음 자금 여유 생겨”
“신기술 확보 우선 투자”
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에
“네이버가 그랬으면 가만있겠냐”
|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겸 라인 회장이 15일 강원도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어 라인 상장 소감과 사업전략을 밝히고 있다. 네이버 제공
|
“울지 마.”
“영어 인터뷰 때문에 죽겠습니다.”
14일 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리는 라인의 뉴욕증시 상장 기념 타종식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행사 현장에 나가있던 신중호 글로벌최고책임자와 라인으로 이런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이 의장은 15일 강원도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얘기를 전하며 “종소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라인 상장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의장은 신 글로벌최고책임자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만들고 성공시켰다. 이 의장은 라인 회장도 맡고 있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은 15일 뉴욕증시와 도쿄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뉴욕증시에선 주당 41.58달러, 도쿄증시에선 4345엔을 기록했다. 각각 공모가(32.84달러·3300엔)에 견줘 27%, 32% 높다. 6조5천억원 정도로 예상됐던 라인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국내 기업이 별도 사업을 위해 외국에서 만든 자회사가 뉴욕·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인은 이번 상장으로 1조5천억원가량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14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진행된 상장 기념행사에서 타종하는 라인의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왼쪽)와 신중호 글로벌최고책임자(가운데), 마스다 준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오른쪽). 네이버 제공
|
이 의장은 “라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자금 여유를 갖게 됐다. 신기술 확보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게 됐다”며 “확보한 자금은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을 강화하면서 신기술을 개발중인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라인이 미국의 왓츠앱과 중국의 위챗 등 막강한 배경을 가진 메신저들과 경쟁해 기존 시장을 지키면서 북미와 유럽 등으로 발을 넓히기 위해서는 신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절박함이 라인의 성공 비결”이라고 밝혔다. 국내시장은 너무 작아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외에서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절박함이 라인을 성장시킨 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동일본대지진 때도 도쿄의 일본법인 사무실에 머물며 라인 서비스 개발을 독려했다. 함께 머물렀던 네이버 직원은 “여진 때마다 책상 밑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집에 있다가 지진으로 죽으면 죽은 사실 조차 알려지기 어렵다며 사무실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개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의장은 “지금도 미국의 거대 인터넷 사업자들이 두렵다”고 했다. 그는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페이스북, 사진 서비스는 인스타그램이 쓸어가고 있다”며 “각각 해마다 수십조원의 매출과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이들 사업자와 어떻게 경쟁해 살아남을지를 생각할 때마다 두렵고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를 공룡이라고 하는데 구글을 놓고 비교해보라”며 “어제 아침도 ‘포켓몬 고’란 게임 열풍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네이버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 라인 창업자 겸 회장으로써 어떤 비전과 경영 철학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거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전이 강하면 남에게 설명할 때는 좋지만 움직이거나 변화할 때는 걸림돌이 된다”며 “3년 뒤, 혹은 5년 뒤 네이버와 라인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 같으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경영철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골퍼 박세리의 성공이 ‘박세리 키즈’를 양산했듯이, 라인의 성공이 ‘라인 키즈’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2, 제3의 라인이 북미와 유럽시장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도록 디딤돌 구실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중호 글로벌최고책임자의 경우 갖가지 위험을 감수하며 라인을 성공시킨 결과 스톡옵션으로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좋은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도전자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올바른 기업이라면 해당 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해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사용자 데이터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한국에 서버를 두고 하라는 것이지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잖냐. 구글의 기술력이면 한국에 서버를 두는 것은 일도 아니다. 기업이 해야 할 도리는 안하고 법을 바꾸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 만약 네이버가 그랬으면 정부와 언론이 가만히 있었겠냐.”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