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8 01:01
수정 : 2016.07.18 14:32
자회사 네오플 제주도로 이전하기 전
게임 ‘던전&파이터’ 해외배급권 넘겨
“법인세 절감하려 조세특례제도 악용”
이전한 2014년 기점 실적 엇갈려
넥슨 지주회사 NXC는 직원 9명 옮겨
법인세 수천억원 감면받은 전례도
넥슨이 게임 개발 자회사인 네오플을 제주도로 이전하기 전 ‘던전&파이터’의 해외배급권을 넘겨 법인세를 대폭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넥슨은 진경준 검사장한테 비상장 주식과 승용차를 뇌물로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물의를 빚는 것과 함께 기발한 ‘절세 경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됐다.
17일 넥슨코리아와 네오플의 최근 수년간 감사보고서를 보면, 넥슨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3년 각각 1조2522억원과 3313억원을 기록했다가 2014년 7395억원과 104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에 네오플의 매출은 4528억원에서 6352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975억원에서 4959억원으로 증가했다. 엇갈린 실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네오플은 인기 온라인게임 던전&파이터와 ‘사이퍼즈’를 개발하고 있다. 던전&파이터의 국내 유통은 넥슨코리아, 해외 유통은 중국 텐센트가 맡고 있다. 던전&파이터는 중국에서 연간 2천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두 업체의 엇갈린 실적 추이에 대해 “넥슨코리아가 갖고 있던 던전&파이터의 해외 배급권을 2013년 네오플로 넘겼다. 넥슨코리아 실적으로 잡힌 뒤 일부가 네오플로 넘겨지던 해외매출이 그 뒤부터 전액 네오플 실적으로 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코리아는 2013년 감사보고서에서 ‘네오플에 던전&파이터 해외 배급권을 양도하고, 그 대가로 주식 2124억6400만원어치를 추가 취득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네오플이 이듬해인 2014년 본사를 제주도로 전격 이전한 것과 맞물려 ‘기발한 절세’ 기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본사를 제주도로 옮겨 법인세를 전액 감면받게 될 네오플로 던전&파이터의 해외 매출을 옮겨 세금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서울에 있던 본사를 임직원 전원과 함께 지방으로 이전하면 법인세를 5년까지 전액, 이후 2년간 50% 감면해주게 하고 있다. 네오플 관계자는 “본사를 이전한 뒤 법인세를 전액 감면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넥슨의 지주회사 엔엑스시(NXC·대표 김정주)도 조세특례제도를 절묘하게 이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09년 제주도로 옮긴 엔엑스시는 2009~2011년에만 1889억원의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당시 엔엑스시 전 직원이 9명에 불과해 뒷말이 많았다. 감사원은 조세특례제도 운영 실태를 감사한 뒤 엔엑스시를 ‘본사 지방 이전 효과가 없는 업체에 감면 혜택을 준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엔엑스시가 감사원 감사 결과로 눈총을 받자 물타기 차원에서 서둘러 네오플의 제주도 이전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많았다”고 전했다.
넥슨코리아는 이런 분석을 강하게 부인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게임 개발사와 배급사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넥슨코리아를 거치지 않고 해외 배급사와 직접 접촉할 수 있게 한 것이지 법인세 감면을 노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오플 관계자는 “게임 개발사는 창의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근무 환경이 쾌적한 제주도를 골라 이전한 것이지 조세특례제도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한편 엔엑스시의 투자회사 중에는 일본·홍콩·벨기에 등 외국에 본사를 둔 곳이 수십 곳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절세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엑스시의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절세 차원에서 대형 법무법인의 자문까지 받아 꼼꼼하게 설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검찰 수사로 엔엑스시의 국외 투자회사들의 실체가 드러날지도 주목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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