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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5 16:36 수정 : 2016.08.25 21:11

정부가 24일 지도 데이터를 나라 밖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는 구글의 요청을 들어줄지를 11월23일까지 더 심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정부와 학계 및 업계 관계자들과 누리꾼들의 반응을 들어보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거센 찬반 논쟁 과정에서 ‘반구글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얄밉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구글이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어가면서 세금은 내지 않는 것에 대해 “너무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구글의 요청을 들어주라고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정부가 결정을 미룬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구글 특혜’ 주장을 편다.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금지한 법 취지에 어긋나면 불허 결정을 해야지, 결정을 미루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이런 지적을 더욱 노골적으로 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해달라고 할 게 아니라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면 된다. 구글의 기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 바른 기업이라면 스스로 세금 납부 의무를 다 해야 한다”며 “네이버가 구글처럼 했으면 정부나 국민들이 가만히 두겠느냐”고 꼬집었다.

구글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그 나라 법을 준수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얼마를 벌고, 그에 따라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등을 밝히지 않는다. 구글의 논리대로라면 법을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다. 현행법을 보면, 유한회사는 매출이나 이익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또 구글은 한국에 서버(서비스에 필요한 컴퓨터 장비)가 없다. 법적으로 이는 한국에 사업장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매출과 이익의 실체를 알 수 없고 사업장도 없으니 세금을 제대로 받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구글이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고 한다. 구글의 몸집이 아기 공룡 ‘둘리’만 할 때는 그림자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그림자도 넓어지고 짙어졌다. 문제는 그 그림자가 때로 누군가에게 두려움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구글은 잘못한 것도 없고 법을 어기지도 않았다고 할 것이다.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전파한 대로, 창의와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성공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구글의 요청을 들어주라고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구글이 법을 준수하고 악해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게 곧이곧대로 들릴 리가 없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이를 강조한다. 또한 정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금지 조처를 ‘동의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꼽는다. 구글의 ‘불통’이 지도 데이터 반출 길을 좁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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